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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 Nipple Cap과 매니징 스타일

미국식 성문법보다 영국식 불문법 체계를 선호한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서번트리더십, 카리스마리더십 등 여러 가지 리더십이 있으나 Path Goal Theory에 따르면 리더십은 매니저 역할에 따라 지시적, 후원적, 참여적, 성과지향적 4가지로 분류된다. 성숙도가 낮은 신입사원에게는 지시적 리더십이 효과적이고, 중견직원에게는 후원적 리더십이 효과적이라는 이야기이니 대상과 상황에 따라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원안일 것이다. 하지만 리더십은 리더 성격에 따라 지시성향이 강해질 수도 있고 후원적 리더십 비중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내 경우는 성격과 리더십이 일치하지 않는 듯하다.

성격이 매우 까칠하고 꼼꼼하며 바늘로 찔러도 피가 나올 것 같지 않지만 매니징 스타일은 방목형이며, 리더십스타일은 위임형과 성과지향형에 가깝다. 좁쌀영감처럼 잔소리가 심할 것 같으나 팀장과 차장 업무처리와 팀 운영방식에 대해 시시콜콜한 사항을 따지지 않는다. 기한 내에 소정의 성과를 내고 지향 하는 방향이 맞으면 직진해서 가든 우회하여 가든 본인에게 일임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팀장 업무스타일을 존중해 준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된다는 생각도 있지만 업무를 추진하는 팀장들이 편한 방향으로 놓아두는 것이 정신적 만족도를 높이고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업무가 끝난 다음에는 예전에 이렇게 해보니 더욱 좋은 성과가 나오더라는 이야기는 잊지 않는다.


동양에서도 리더십을 다뤘다. 한비자는 3류 리더란 자기 능력만 이용하고, 2류는 남의 힘을 이용하며, 1류는 남의 지혜를 이용한다고 했는데 서양학자들 보다 구체적이지 않지만 한비자는 법가에 속하는 사상가로 다른 사상가보다는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 편이다. 동양의 리더십 이론은 서양에 비해 과학적인 면에서 뒤질지 몰라도 원리와 상대방과의 관계적 측면에서 뛰어나다. 공자, 맹자의 경우에는 우선 본인의 처신과 역지사지를 잘해야 한다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나는 넓은 울타리를 치고 울타리 내에서의 행동은 이해하며 넘어가지만 울타리 밖으로 탈출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처리한다. 현장 업무를 마친 직원이 사무실내에서 의자에 편하게 앉아 졸거나 소설책을 봐도 잔소리 하지 않는다. 전날 먹은 술로 숙취해소를 위해 라면 끓이는 직원이 있다면 같이 먹자고 젓가락을 들지, 라면 냄새 난다고 짜증내지 않는다. 하지만 남들에게 피해 주는 행동을 하거나 평소 업무태도가 좋지 않은 직원에게는 따뜻하게 대해본 기억이 없다. 회사를 그만두라고 권하던가 아니면 다른 사업장으로 가라는 이야기는 많이 한다.

이런 경우에는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는 일기책을 바탕으로 한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후광효과를 없애기 위해 매일 기록하고 있는 일기책에는 지시사항과 당일 발생된 상황, 개인별 면담내용, 조직 내 여론 동향 등 별것도 아닌 내용들이 소상히 기재되어 있다. 몇몇 후배들은 살생부라고 부르나 분명 일기책이다. 당사자에게는 살생부로 작용할 수 있으나 평범한 일기책에 불과하다.


조직 내에서 지켜야할 규칙이나 법칙도 미국식 성문법보다 영국식 불문법 체계를 선호한다. 법칙을 정해놓고 일하다 보면 허점이 생기는데 빠져나가려는 자는 허점을 보완하는 속도보다 빠르니 애꿎게 규칙을 따르는 선한 직원만 고생하는 사례를 많이 봤다. 성문법이 아무리 발달해도 처벌하지 못하는 범죄도 많고 탈법을 저지르는 자의 머리를 국회가 따라가지 못한다.

젊은 시절, 미국 플로리다 탬파에 출장 갔을 때 일이다. 크리스마스 즈음인데도 날씨는 초여름처럼 따뜻했다. 업무를 끝내고 나이트클럽에 가니 손님들 복장은 반팔, 가끔 비키니를 입은 아가씨도 보인다. 바로 그곳이 선남선녀들이 노는 무릉도원이었다. 상의를 벋은 반라의 웨이트리스들이 서빙하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모두들 가슴의 Nipple 부위에만 백 원짜리 보다 작은 투명 Cap을 붙이고 있었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웨이트리스에게 수작을 붙였다.

‘네가 이곳에서 가장 아름답다. 질문 하나 해도 되니?’

‘고마워, 질문 해봐.’

‘Nipple Cap을 왜 붙이니?’

‘플로리다 주법에 완전 노출을 금지하지만 부분 노출은 허용 한다.’

‘벗은 것과 똑 같은데 그렇게 조그만 투명 Cap을 붙이고 있다고 불법이 아니란 이야기냐?’

‘Cap을 붙였으니 완전 노출이 아니다. 부분 노출이므로 이것은 합법이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신기하다.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궁금해서 그러는데 만져 봐도 되니?’

‘그래, 만져봐. 그런데 살을 만지면 불법이다.’

‘물론이지.’


스트리퍼의 살을 만지면 불법이지만 나는 Nipple Cap의 재질을 파악하고자 만져보는 과정에서 스트리퍼의 부드러운 살이 손에 닿은 것뿐이니 불법은 아니다. 이처럼 성문법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국회의원을 비웃듯 프라스틱 투명 Cap 하나로 법망을 빠져나가는 나이트클럽 사장님도 계시다. 게다가 Cap 재질을 파악하기 위해 만지겠다 면서 접촉부위를 넓히는 얍삽하게 불법을 자행하는 인물도 있다. 어떻게 성문법이 이렇게 얍삽한 인간들의 불법행위를 막을 수 있단 말인가.


19세기 영국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자신과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어떤 결정을 내리던 본인 자유지만 타인과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법적,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내가 속한 조직 내에서도 개인이 준수해야할 규범들이 있으나 극히 기본적인 것만 정하고 나머지 사항은 양보와 배려를 기본으로 개인 양심에 따르고 일반적인 사회적 합의수준의 상식이 통하는 문화가 조성 되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플로리다에서 있었던 일탈은 대선후보였던 H씨의 돼지최음제 사건과 비슷하게 공소시효도 경과했고 혈기왕성한 젊은 날의 사건이었으므로 애교로 봐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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