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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 퇴직선배님의 애프터서비스

무덥지만 선배님 덕분에 행복한 7월입니다.

by 물가에 앉는 마음

몇몇 퇴직 선배님들께도 매주 편지를 보내드린다. 때마다 인사를 챙기지는 못해도 아직도 선배님을 잊지 않고 있다는 마음의 표시다. 입에 발린 립서비스(Lip Service)가 아닌 손에 발린 핸드서비스(Hand Service)만 하고 있는 셈이다. 제가 보내드리는 편지 내용은 개인의 잡스러운 일상이나 회사 근황들이니 같이 하셨던 눈치 100단 퇴직 선배님들은 내가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귀신같이 알고 계신다.


퇴직선배님께서 300회째 편지를 받아 보신 후 ‘Keep On Going’ 이란 답장이 와서 요즈음 컨디션이 난조라며 답장을 보냈더니 또다시 답장을 보내셨다.

퇴직 후 중소기업사장으로 갔다가 오너의 과욕이 그간 쌓아놓은 명예를 실추시킬까 봐 그만두고 4개월 정도 휴식 후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아 기쁩니다.

무엇보다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다. 모든 생명의 근원은 마음이므로 마음 편하게 먹고 욕심을 버리기 바랍니다. 건강을 조심하고 무엇보다 마음을 지키십시오, 라며 성경 구절을 보내셨다. 내 마음은 내가 아니고 예수 그리스도 그분이십니다.

Grace & Peace to you from the God my father and the Load Jesus Christ!

모실 때도 고민거리가 있으면 인생 상담을 하곤 했는데 퇴직하신 이후에도 애프터서비스 상담을 해주시고 마음의 위안을 주시는 대단한 분이시다.


선배님께서 요즈음 제 몸과 마음이 고달프다고 간파하고 계신 듯해서 인생 상담 겸 답장을 보내 드렸다.

모 임원과의 트러블로 인해 마음이 고달파 원자력을 떠나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 임원은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를 그만둘 분이고 저는 지난 30년을 오직 KPS만을 보면서 근무해 왔으며 앞으로 5년 더 KPS만을 바라보며 살 사람이라고 관계를 재설정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선배님 덕분에 제가 쓰러져가는 기술개발팀을 담당하게 된 후 조직도 처급으로 격상되는 등 어느 정도 안정되었으며 업무도 정상화되었습니다. 이제는 남은 5년을 회사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까 하는 고민과 함께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려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술개발처가 쫄딱 망하는 바람에 인적인프라가 붕괴된 것이 문제이기는 하나 업무시스템이 정상화되었으므로 열정 있는 후배를 물색하는 일만 남은 것 같습니다.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다는 제 이야기를 듣고는 바로 답장을 보내셨다.

사람이 세상을 살다 보면 참 많은 일 특히, 내 의지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들이, 유독 나를 불편하게 하는 일들과 만나게 되지요. 저도 인생 60을 살면서 많은 부침이 있은 결과 요즘에 와서 깨달은 것은 사람을 의지하지 말고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는 겁니다. 시편에 있는 ‘관원들을 의지하지 말며 힘이 없는 인생을 의지하지 말라.’는 말씀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그래서 요즘 인생관은 유식한 라틴어로 ‘Coram Deo’ 즉 ”하나님 앞에서‘입니다. 즉, 모든 일을 하나님 앞에서 하듯 하고 항상 하나님께서 보고 계신다는 생각을 갖고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잘 안될 때가 많지요. 저는 한전, 한수원, KPS 세 회사에서 연차대로, 근무 연수도 한전, 한수원, KPS순이지만 애정은 KPS에 제일 많다고 생각하며 주위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임원으로 갔기 때문이겠지만 직원들의 순수함과 사랑을 가장 크게 느낀 직장이었기 때문입니다. 재직 시만이 아니고 퇴직 후에도 마찬가지니까요. 그래서 지금은 못하지만 작년까지는 골프동우회 중 오직 KPS 모임에만 참석했었죠. 지금도 한수원보다 KPS에 애정이 많이 가고 직원들과 연락이 끊이지 않는 것이 그 반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록 3년이란 짧은 시간이었지만 처장님처럼 좋은 분들과 근무했던 기억은 제 마음속에 30년보다 더 많은 추억과 애정이 남아 있습니다. 처장님은 앞으로 남은 5년 동안 우리 회사 기술개발의 기반을 공고히 하신 후에 마음 후련하게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떠나실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더 큰 내일을 바라보며.., KPS 사랑합니다.


회사를 떠나신 선배님들은 여전히 KPS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십니다. 얼마 전 저녁에 모셨던 S사장님, Y부사장님도 우리 회사의 강, 약점과 경쟁사의 강, 약점을 조언해 주시는 등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저보다 짧은 기간을 회사에 몸담고 계셨고 회사를 떠난 지 오래되셨지만 아직도 회사사랑은 현직에 있는 저보다 깊은 것 같습니다.


선배님, 7월입니다.

사랑합니다.

부디 건강하시길 기원드립니다.

무덥지만 선배님 덕분에 행복한 7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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