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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연 Jul 17. 2023

나에게 하는 잔소리

꾸준함의 미덕

한 사람은 하나의 단어, 하나의 문장으로 정의할 수 없는 다면적인 존재임을 느낀다. 겉으로 보면 비슷한 시간을 살지만 그의 내면을 들여다볼수록 여러가지 감정을 지닌 복합적인 존재라는 걸 문득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그 사람과 겹쳐진 여러 시간의 층위를 통해서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일 때가 많다. 가령 나는 어떤 모임에서는 다분히 내향적이고 들어주는 사람이지만 또 다른 모임에 가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낯선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는 호기심이 많아서 새로운 것을 지향하기도 하지만 내 에너지가 소진되었을 때는 속으로 침잠하는 경우도 종종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어떨 때에는 진짜 내 모습이 뭘까? 하는 고민을 하기도 한다. 나이를 이렇게 먹도록 내 자신의 모습을 모른다는 게 이상하고 창피하기도 하지만 여러 책을 읽고 주위 사람들을 살펴본 결과 나이를 불문하고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모습을 알아내기 어렵다는 것을 입증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어릴 때는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이거나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을 꿈꾸기도 했다. 가만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능력을 꿈꿨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 그런 것과 나는 갭이 엄청 크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마구 초라해졌다. '대단한' 이라는 의미를  '돈버는'이라고 한정짓는다면 슬프지만 더 그렇다.



하지만 그 와중에 한가지 얻은 것도 있다. 일상의 작은 가치들을 실천하며 사는 일이 소중하다는 것이다. 큰것만 바라보다 놓친 것들이 아깝고, 과정보다는 결과만 중요시하던 어리석음이 슬프다.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오는 만족감이 더 귀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은 이제 확신이 되어간다. 의심이라고 쓴 이유는 나도 예전에는 말로는 충분히 했지만 행동은 그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늦게 철이 들며 드는 의심이 내 생활에 밀착되어 들어왔을 때 그것이 가치가 되고 신념이 되어 빛이 날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벌써 잘 알고 실행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 좀 창피하긴 하다.



“자기 자신과 일관성 있는 삶을 사는 것은 우리에게 기분 좋은 자기만족을 안겨 준다.” - 하루 쓰기 공부



집을 나서며 사용했던 노트북이나 방의 전등을 끄지 않은 둘째에게 오늘 아침에 조용한 잔소리를 했다. ‘작은 습관을 잡지 못하면 나중에 그것들로 인해 시간에 끌려다니는 상황이 생길 거야.’ 이렇게 말해놓고 나의 모습을 돌아보았다. 나에게 가장 부족했던 미덕인 ‘끈기’를 아이에게 말하면서 나는 얼마나 당당할까. 나는 오늘 어떤 꾸준함을 실천할 수 있을까. 매일 읽기와 쓰기, 친절한 행동들, 주위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작은 말들, 몸과 마음을 내려놓는 108배와 복근운동, 그리고 따뜻한 물 2리터 마시기 이런 것들이 요즘 나를 설명하는 말들이다. 이 행동들이 나에게 기분 좋은 만족감을 안겨다 줄 것을 믿고, 작은 것들을 이루어나가는 하루가 되기를 연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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