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다는 것과, 살아낸다는 것 사이에서
실화 에세이
프롤로그. 살아 있다는 말의 무게 — 그리고 이 책의 목차
의식 없이 쓰러졌던 그날,
나는 살아날 확률이 희박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두개골을 열고, 생과 사의 경계에서 긴 수술을 받았고,
다시 눈을 떴을 땐 아무것도 익숙하지 않은 세상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수개월, 몇 해가 흐른 지금,
나는 여전히 회복 중입니다.
몸도, 마음도, 기억도 완전하지 않지만,
나는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만으로도 매일이 새롭고 고맙습니다.
이 글은 그 회복의 시간들을 기록한 일곱 편의 이야기입니다.
고통스러웠지만 동시에 감사했고,
무너졌지만 다시 일어났으며,
끝이라 생각했던 순간들이 오히려 시작이 되어준 여정입니다.
《기적이 아니면 뭐겠어요》 목차
1화. 깨어나다 —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2화. 다시 걷기 — 무너지고, 또 일어섰다
3화. 집으로 돌아온 물결
4화. 작은 일상, 다시 배우는 시간
5화. 작고 눈부신 것들을 다시 보다
6화. 보이지 않는 싸움 — 아픈 몸과 살아 있는 마음 사이에서
7화. 그날 이전 — 몸이 먼저 말하고 있었다
에필로그. 나는 다섯 살입니다 — 살아 있는 날을 세는 법
죽음의 문턱에서, 나는 멈췄습니다.
심장이 멈췄고, 숨이 끊겼습니다.
그러나 그 끝에서, 나는 다시 눈을 떴습니다.
이게 기적이 아니면, 도대체 무엇이겠어요.
하지만 진짜 회복은
눈을 뜬 그 순간부터 시작이었습니다.
몸은 움직이지 않았고,
마음은 무너졌으며,
믿음조차 흔들렸습니다.
그때 나는 깨달았습니다.
*살아 있다는 것과 살아낸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것을.*
이 글은 ‘살아내는 삶’을 배워가는 여정,
그 하나하나의 언어를 다시 찾아가는 기록입니다.
그리고 그 첫 문장은 형광등 아래서 시작되었습니다.
*1화. 그날의 형광등 아래, 다시 태어나다.
그날의 형광등 아래, 나는 다시 태어났다.
차가운 백색 빛이 눈꺼풀 틈 사이로 파고들었다. 눈꺼풀은 모래처럼 무겁고, 세상은 형체 없는 소음들로만 가득했다. 그때, 어디선가 명령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왼팔을 들어보세요!"
그 말은 내게 알 수 없는 외국어처럼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다.
서서히 눈이 열렸다. 눈앞에 펼쳐진 건 내가 알던 세계가 아니었다. 머리맡엔 형광등이 푸석푸석한 빛을 내뿜고 있었고, 천장 가까이엔 기계음이 불규칙하게 울리고 있었다.
그리고 내 몸—팔이며 다리, 가슴 언저리까지 호스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피가 흐르고, 숨이 흐르고, 삐삐거리는 숫자와 파장이 나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마치 나는 한낱 생명 유지 장치에 매달린 깨어난 기계 부품 같았다.
닥터 스미스가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그의 목소리가 다시 날 찔렀다.
"왼팔을 들어보라고요!"
그건 명령이었고, 간절함이었고, 어쩌면 절박한 구조 신호 같기도 했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팔은 그대로였다. 완전히, 축 늘어져 있었다.
‘이게 정말 내 팔이 맞나? '
고개를 돌리자, 남편의 눈은 충혈되어 있었고 그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침대 옆에 선 아들은 조용히 나를 올려다보며 작은 입술을 꼭 깨물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이 말했다. “지금 당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어요.”
닥터 스미스는 내 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8시간 동안의 수술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뇌동맥류가 터졌고, 심장이 멈췄습니다. 남편과 아들이 인공호흡을 했고, 911이 도착해 심장을 다시 뛰게 했습니다. 당신은 기적적으로 살아났습니다. 조금만 늦었어도, 뇌는 회복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의 담담한 설명이 오히려 내 심장을 더 조여왔다.
"문제는 이 왼팔입니다. 혈류가 막혔고, 괴사가 시작될 수 있어요. 최악의 경우, 절단할 수도 있습니다."
절단. 내 팔을 자른다고? 심장이 얼어붙었다. 눈물이 나올 줄 알았지만, 눈은 텅 비어 있었다.
"왼팔을 들어봐요! 지금!"
닥터 스미스가 다시 외쳤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들어 올리려고 애썼다. 하지만 팔은 마치 나와 상관없는 물건 같았다. 움직이지 않았다. 절망감이 깊은 구덩이처럼 나를 삼켜버렸다.
그날 밤, 잠은 오지 않았다. 왼팔은 차갑고 무거웠고, 내 몸에 속한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눈을 감자 떠오른 한 사람이 있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아마데우 프라두. 그도 뇌동맥류로 쓰러졌지만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살아 있었다. 내 팔은 아직 죽어 있었지만, 내 심장은 살아 있었다.
아마데우는 이렇게 말했지. "우리가 진정 두려워해야 할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살아 있지 못한 삶이다."
그 말이 내 귓가에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스며들었다. 팔을 자를지도 모른다는 공포보다 더 무서운 건, 그 두려움에 사로잡혀 남은 인생을 사는 것이었다.
그 밤 나는 다짐했다.
‘나는 살아 있다. 내 팔도 살아 있다. 살아 있는 한, 나는 이 팔을 포기하지 않는다.’
다시 닥터 스미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 거칠고 날카로웠지만, 결국 나를 일으킨 한 문장.
"왼팔을 들어봐요!"
내일이 오면, 나는 이 팔을 들어 올릴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온전하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살아 있으니까.
그날의 형광등 아래, 나는 비로소 죽음이 아닌 삶을, 절망이 아닌 다짐을, 다시 태어남을 받아들였다.
다음 이야기:
2화. 다시 걷기 — 넘어지고, 또 일어섰다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서는 법을, 나는 재활병동에서 배워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