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진정 두려워해야 할 것은..
실화 에세이
회복의 언어 — 기적이 아니면 뭐겠어요
[1화]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2화] 다시 걷기, 무너지고 또 일어서다
이번 화에서는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 후,
마주한 삶의 무게와 그 속에서 다시 살아내야 했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퇴원하던 날, 남편은 저를 산으로 데려갔습니다.
맑고 푸른 하늘 아래, 산줄기가 끝없이 펼쳐진 풍경.
그의 묵묵한 시선은 마치 “이 모든 아름다움을 다시는 못 볼 뻔했지”라고 속삭이는 듯했습니다.
죽음의 문턱을 넘어 살아 돌아온 저에게 삶은 여전히 눈부시게 아름다웠지만, 동시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저는 비로소 묻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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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의 고통스러운 긴 터널을 지나, 마침내 집으로 돌아왔다.
익숙한 공기, 손때 묻은 가구들. 모든 것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었지만,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왼손은 여전히 낯선 물건처럼 힘없이 늘어져 있었고, 마음속에는 정체 모를 불안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져 있었다.
의사는 퇴원 전 붉은 알약 하나를 내밀며 말했다.
"피를 묽게 해주는 약입니다.
이걸 끊으면, 당신은 죽을 수도 있어요.
최소 3개월 동안은 꼭 이 약을 먹어야 합니다."
나는 매일 아침
그 약을 물과 함께 넘겼다.
살기 위해서였다.
며칠 뒤, 고요했던 일상이 예고 없이 무너졌다.
약을 먹은 뒤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이 몰려왔고, 세상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구토가 쏟아졌고, 식은땀이 흘렀다. 나는 몸을 가눌 수 없었다.
“병원에 가야겠어.”
남편은 놀란 얼굴로 나를 일으켜 세웠다.
911을 부르기에는 시간이 아까웠다.
그는 직접 차를 몰고 응급실로 달렸다.
병원에 도착하자, 나는 휠체어에 실려 들어갔다.
간호사는 급히 혈압을 재고, 의사는 이전 뇌출혈 이력이 있다며 CT와 MRI를 급히 지시했다.
“뇌출혈 재발 가능성도 있습니다. 즉시 확인해야 합니다.”
그 말에 나는 식은땀이 났다.
검사를 위해 다시 팔에 바늘이 꽂히고, 머리를 고정한 채 뇌를 스캔했다.
의사는 눈을 맞추며 물었다.
“오른팔을 들어보세요. 한쪽 발로 서볼 수 있나요?”
나는 떨리는 다리를 겨우 들어 올렸고, 팔을 천천히 올렸다.
의사의 눈빛은 진지했지만, 다행히 다시 출혈은 없었다.
그러나 약의 부작용은 분명했다.
무기력, 고열, 구토, 혈압 저하.
그 후에도 나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응급실을 찾았다.
남편은 늘 말없이 운전대를 잡았고, 병원 대기실의 낡은 의자에서 쪽잠을 청했다.
그의 어깨는 매번 더 깊이 처져 있었고,
그 어깨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저며들었다.
‘이 고통이 언제 끝날까. 살아 있는 게 왜 이렇게 힘든 걸까.’
결국 의사는 약을 교체해 주었다.
새로운 약은 조금 더 너그러웠고, 내 몸은 서서히 제 온도를 되찾았다.
하지만 마음의 중심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몸이 조금씩 안정을 되찾자, 오히려 마음이 무너졌다.
그동안 억눌렀던 감정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나는 왜 살아야 하지?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나는 잘못 산 것도 없는데…”
나는 소리 내어 울었다.
“왜 살렸나요. 다음번에는… 제발 그냥 보내주세요.”
하나님께, 세상에,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토해낸 울분.
그 울음은, 살아남은 자의 절규였다.
그렇게 흘러간 시간 속에서
서서히 왼팔에 힘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재활훈련은 고되고 지루했지만,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내 안의 생명을 다시 깨웠다.
그제야 나는 다시 내게 물었다.
‘이제, 나는 무엇을 할까.’
살아남는 것만으로는 더는 충분하지 않았다.
나는 살아내고 싶었다.
“우리가 진정 두려워해야 할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살아 있지 못한 삶이다.”
— 『리스본행 야간열차』
그 문장이 메마른 내 심장에 작은 불씨를 지폈다.
나는 살아 있다.
비록 불완전한 몸이지만, 약이 흐르는 혈관 위로 다시 심장이 뛴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이 삶은 더 이상 예전의 삶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이 새로운 물결을 기꺼이 받아 안으려 한다.
이제, 다시 걷기 위한 나의 언어를 찾아 나설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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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 예고
4화. 작은 일상, 다시 배우는 시간
다시 집으로 돌아왔지만, 나는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물 한 컵을 따르는 일, 강아지 머리를 토닥이는 일,
숟가락을 들고 국을 데우는 동작조차도 내겐 회복의 언어였다.
그리고 문득 찾아온 갈망.
“공부하고 싶다.”
나는 그렇게 살아 있음의 이유를 찾아간다.
작은 손짓과 깊은 눈빛 속에서.
기적이 아니면, 뭐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