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에세이 마지막 에필로그

감사합니다

by 운조



나는 다섯 살입니다 — 살아 있는 날을 세는 법


다시 맞는 다섯 번째 생일


오늘은 수술 이후 맞는 다섯 번째 생일 같은 날입니다.

그래서 말하자면, 저는 지금 ‘다섯 살’입니다.

이 다섯 해 동안 수많은 고비를 지나왔고,

그만큼 ‘새로운 나’를 배워가는 시간이었습니다.



*멀리서 만난 또 다른 생존자


며칠 전, 스마트폰 알고리즘이

어느 한국 연예인의 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도 미국에서 저처럼 뇌출혈을 겪고

뇌를 절개하는 수술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다시 방송에 복귀해 성실하게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걱정도 되었습니다.

혹시 또다시 그런 일이 생기진 않을까.


저는 그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지만

조용히 기도했습니다.

그에게 다시는 그런 고통이 찾아오지 않기를.





* 생명의 문을 열어준 사람


“왼팔을 들어보세요.”


수술 직후, 강한 목소리로 저를 깨우던

닥터 아담 스미스.

그가 제 생명을 구해준 외과의사입니다.


얼마 전 그의 SNS 계정을 찾아

감사의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그의 계정에는

저처럼 감사 인사를 남긴

수많은 생존자들의 흔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누군가에게 다시 살아갈 수 있는

문을 열어주는 사람이었고,

저 역시 그 문을 통과해

다시 걷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수술을 마치고 그는 말했습니다.

“앞으로 30년은 괜찮을 거예요.”


고마웠지만, 마음 한편은 막막했습니다.

삼십 년… 나는 그 세월을 어떻게 살아낼 수 있을까?





*노란 포스트잇에 써둔 기억


나이는 들고, 기억력은 희미해져 갑니다.

얼마 전엔 찌개 냄비를 스토브 위에 올려둔 채

깜빡 잊고 출근했습니다.


결국 소방차가 출동하는 소동까지 벌어졌지요.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이게… 단순히 나이 탓일까,

아니면 수술의 후유증일까.

지금도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 여름이 지나도, 그녀는 빛난다


그런 날, 우연히 공부하던 《영시 읽기의 기초》 수업에서

한 구절이 제 마음을 울렸습니다:


> “O she had not these ways / When all the wild summer was her gaze”




한때 그녀의 눈동자엔

격렬한 여름처럼 찬란한 젊음이 깃들어 있었지만,

지금의 그녀는 외적인 빛이 사라졌어도

더 깊고 단단한 내면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는 시.


그 구절을 읽으며

우리 또래가 자주 하는 말을 떠올렸습니다.


“나이는 들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청춘이다.”


저는 지금,

그 청춘의 온기를 조용히 가슴속에 품고 살아갑니다.


젊음은 지나갔지만,

살아 있다는 감각은 오히려 더 또렷해졌고,

글을 쓰는 마음은 한층 더 맑아졌습니다.





그 하루가 기적이라면, 오늘도 나는 살아냅니다


나는 지금 다섯 살입니다.

수술 이후, 다섯 번째 해를 살아가고 있는 생존자입니다.


아직 아프고, 아직 서툴고, 아직 불안하지만,

저는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때로는 걱정하고,

때로는 웃고,

그리고 매일 이렇게 묻습니다.


기억이 희미해져도,

몸이 예전 같지 않아도,

내가 살아 있는 이 하루는—


기적이 아니면 뭐겠어요.



*****


독자에게 보내는 감사의 글


그동안 『기적이 아니면 뭐겠어요』를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조용한 기록들을 꺼내 놓기까지,

저는 수없이 망설였습니다.

제 아픔이 너무 사적이어서,

제 회복이 너무 느려서,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을까 두려웠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이미 누군가에게는 위로일 수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말이 제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이 글을 통해

저는 제 아픔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고,

제 몸이 견뎌낸 시간에 조금 더 따뜻한 시선을 건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이야기에 조용히 귀 기울여주신 당신이 있었기에

저는 끝까지 이 기록을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혼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삶을 다시 믿게 하는 기적입니다.

당신의 존재가, 바로 그 기적의 일부였습니다.


고통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

이 작은 기록이 작은 빛이 되기를,

그리고 회복이라는 이름으로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 모두에게

이 말이 닿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오늘도 살아 있다는 것—

그 자체로 충분합니다.


당신이 여기 있어줘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마무리하며, 다섯 번째 생일 같은 날의 저를 남겨봅니다. 실제 제 사진을 따뜻하게 담아내고 싶어, AI 스타일로 정리한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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