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먼저 말하고 있었습니다
[1화]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2화] 다시 걷기, 무너지고 또 일어서다
[3화] 집으로 돌아온 물결
[4화] 작은 일상, 다시 배우는 시간
[5화] 작고 눈부신 것들을 다시 보다
[6화] 보이지 않는 싸움
요즘 따라, 수술 이전의 순간들이 자주 떠오릅니다.
그때는 미처 몰랐던 신호들이
지금에 와서야 하나둘, 의미를 갖고 다가옵니다.
그 모든 증상은 몸이 보낸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바빴고, 피곤했고, 괜찮을 거라며 넘겼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몸은 마지막까지도 나를 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었습니다.
이 글은
그날 이전, 내가 외면했던 몸의 언어를
이제야 다시 들으며 쓰는 고백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머리가 빙빙 돌았고 중심을 잡을 수 없었다.
일어서기가 힘들 정도로 흔들렸다.
불안한 마음에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의사는 달팽이관 이상일 수 있다며 약을 처방해주었다.
며칠간 쉬고 나니 증상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다.
나는 안심했고,
곧바로 예전처럼 일상으로 돌아갔다.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바쁘게 움직이며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았다.
하지만 그건 회복이 아니었다.
무관심이었다.
몸이 보내던 경고를,
나는 스스로 묻어버렸다.
성가대에서 찬양을 부른 뒤엔 다시 어지럼이 왔다.
어느 날부터는 이유 없이 머리가 흔들리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럴 때면 ‘좀 피곤하겠지’라고 넘겼고,
병원 예약은 매번 뒤로 미뤄졌다.
그리고, 나는 쓰러졌다.
기억은 전날에서 멈췄다.
그보다 앞서,
코 옆에서 머리로 올라오던 찌릿한 통증이 있었다.
나는 감기인가 싶어 약을 먹었다.
그 무렵, 복용 중이던 혈압약 때문에 알러지 반응이 심해졌고
피부과를 다니고 있었다.
주치의는 일시적으로 약을 끊어보자 했고
나는 그대로 따랐다.
정밀 검사를 받아보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예약을 잡기도 전에
나는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몸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나를 살리려 애쓰고 있었다.
나는 그 모든 신호를 외면했다.
괜찮을 거라고, 지나갈 거라고,
늘 그랬듯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 무심함이 결국 나를 쓰러뜨렸다.
몸은 마지막 순간까지
살아 있으라고,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지금은 다르게 살고 싶다.
작은 어지럼에도 귀를 기울이고,
낯선 통증 앞에 멈춰 서려 한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며,
나를 돌보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나는 여전히 회복 중입니다.
그리고 오늘처럼,
몸이 들려주는 오래된 기억을 따라
한 걸음씩 다시 삶을 되짚어갑니다.
그날 이전,
몸은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 말을 비로소 듣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시 살아 있다는 것—
기적이 아니면 뭐겠어요.
그리고 이 이야기는…
이제 하나의 문을 닫고,
새로운 시간을 살아내는 또 다른 이름으로 이어집니다.
에필로그. 나는 다섯 살입니다 — 살아 있는 날을 세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