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보이지 않는 싸움 .실화 에세이

아픈 몸과 살아 있는 마음 사이에서

by 운조

[1화]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2화] 다시 걷기, 무너지고 또 일어서다

[3화] 집으로 돌아온 물결

[4화] 작은 일상, 다시 배우는 시간

[5화] 작고 눈부신 것들을 다시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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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에서는, 병을 이겨낸 것처럼 보이는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전하고자 합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몸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조용한 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고통, 남들이 모르는 후유증,

그러나 그 속에서도 나는 살아 있음을 증명하며 하루를 살아갑니다.

이 글은 아픈 몸과 살아 있는 마음 사이,

그 사이에 존재하는 작고도 치열한 싸움의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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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팔이 시린 통증으로 저려온다.

수술대 위에서 간호사의 바늘이 길을 잃던 자리들,

불룩 솟은 혈관 위로 칼날 같은 흉터가 아직도 선명하다.

팔을 움직일 때마다 욱신거리는 신경이 속삭인다.

조심히, 천천히 숨을 고르라고.

두개골을 열어젖혔던 그날의 기억,

죽음의 문턱을 발끝으로 문지르던 시간은 여전히 내 안에서 숨 쉬고 있다.

목덜미엔 호스를 끼웠던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옷깃에 가려 잘 보이진 않지만,

거울을 보다 그 흔적과 눈이 마주치면

나는 다시금 그 생사의 순간을 통과해왔음을 실감한다.

울퉁불퉁하게 봉합된 머리뼈 위엔 머리카락이 평온하게 내려앉아 있다.

모든 걸 감춘 듯한 그 평온함을 보고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 다 나으신 것 같아요.”


그 흔한 위로 한 마디가 오히려 가장 깊이 박혀 아프다.


수술 직후, 열이 치솟았고 온몸을 얼음으로 감싸야 했다.


“열이 안 내리면 장기 손상이 올 수 있습니다.”


의사의 말은 생살을 도려내듯 차가웠다.

그 고열은 내장기관을 할퀴고 지나갔고,

대장에는 계실이 생겼다.

지금도 소화기는 늘 불편하다.

아침저녁으로 위장약을 챙겨 먹고,

밤에는 속이 쓰려 잠들지 못하는 날이 많다.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인해 변비와 설사가 번갈아 찾아오고,

복부는 늘 묵직한 불편함에 사로잡힌다.


어느 날, 오른쪽 눈이 캄캄해져 응급실로 달려갔다.

수술한 오른쪽 뇌 때문일까.

오른쪽 눈에 녹내장이 왔단다.


더 이상 기름진 음식은 꿈도 꿀 수 없다.

조금만 무리해도 복부는 부풀고,

체력은 순식간에 바닥을 친다.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내 안에서는 작은 고장들이 조용히 반복된다.


그렇다고 내가 이 고통에 가만히 잠기지는 않는다.

그러다간 어둠이 나를 삼켜버릴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책을 펼치고,

배움의 길을 걷는다.

그리고 글을 쓴다.


글을 쓰는 동안 통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고통이 내 마음을 지배하지는 못한다.

한 문장을 다듬고, 단어 사이를 천천히 거닐다 보면

나는 내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살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지금 나는 다시 배운다.

무뎌진 사고를 두드려가며,

언어를 익히고, 글을 써 내려간다.

왼팔이 저릿한 날에도,

소화되지 않아 밤새 뒤척인 날에도

나는 펜을 놓지 않는다.

공부와 글쓰기는

나의 유일한 진통제이자,

이 고단한 삶을 지탱하는 핏줄이다.


시작이 반이라 했던가.

어느새 3학년 2학기를 바라보고 있다.

곧 종합 성적표가 나온다는데,

그동안 받은 성적을 조심스레 계산해보았다.

놀랍게도, All A+.

이 나이에, 이 몸으로.

이게 기적이 아니고 뭐겠는가.


나는 여전히 아프다.

그러나 그 아픔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지 않는다.

나는 쓴다.

나는 배운다.

나는 살아 있는 방식으로 살아간다.

이 병든 몸 안에 남아 있는, 나의 굳건한 의지.

그것이 지금,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기적이 아니면, 뭐겠어요.

이 모든 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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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야기 예고

7화. 그날 이전 — 몸이 먼저 말하고 있었다

오늘은 문득, 수술 전의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는 몰랐던 신호들.

지금 돌아보면, 내 몸은 이미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갑작스러운 쓰러짐 이전,

내 삶이 보냈던 미세한 경고들을 다시 들여다보려 합니다.

몸이 말하고 있었는데,

나는 듣지 못했습니다.

이제야 깨닫게 된 ‘그날 이전’의 이야기,

곧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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