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오지 않았다
어느 날 그는 사라졌다
나는 아직도 그를 ‘형’이라 부른다.
정확한 이름은 들은 적 없다.
서류가 없다고 했고, 보험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먼저 출근했고, 누구보다 늦게 퇴근했다.
점심은 늘 도시락이었고, 웃음은 짧고 조용했다.
금요일 오후, 함께 일한 마지막 날이었다.
그날 그는, 구석진 작업대 위에 앉아 땀에 젖은 셔츠를 털고 있었다.
나는 무심하게 물었다.
“형, 내일도 일 오시죠?”
그는 고개만 끄덕였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월요일 아침, 그는 오지 않았다.
형이 쓰던 장갑은 여전히 선반 위에 걸려 있었다.
일감이 밀려 있었지만, 누구도 그를 대신할 수 없었다.
다음 날, 우리는 조심스레 소문을 들었다.
“이민국이 떴대. 새벽 5시에 트레일러 지역 싹 다 훑었대.”
누군가는 ‘불법체류자 하나쯤 더 줄었겠지’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 말이 입 안에서 자꾸 씹혔다.
그 하나는, 우리가 함께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었고,
같은 햇살 아래서 하루를 버텨낸 동료였다.
이 사회의 ‘불법’이 그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걸, 나는 그날 처음으로 분명히 알았다.
그는 늘 조심스러웠다.
청소 도중 낯선 차가 골목에 들어서면, 형은 마치 야생 동물처럼 눈빛부터 바뀌었다.
미국이라는 땅에서 14년을 살았지만,
단 한 번도 자신의 이름을 큰 소리로 말하지 못한 사람.
은행 계좌 없이 일당을 받았고, 아이들 사진을 보여주며 ‘언젠가는 데려올 거야’라고 말했다.
그 ‘언젠가’는 오지 않았다.
이민국이 다녀간 트레일러 지역은 조용했다.
문은 덜 열린 채로 남아 있었고, 베란다에는 텅 빈 빨래통이 있었다.
무언가 치워진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지워진 느낌이었다.
우리는 종종 물건이 아니라 사람을 지워버리는 방식의 사회에 살고 있다.
그가 떠난 뒤에도 일은 계속됐고, 햇살은 다시 들었고, 점심시간엔 누군가 라디오를 켰다.
그러나 그가 남긴 빈 자리는, 매일 조금씩 무거워졌다.
이제 나는 그를 다시 볼 수 없다.
그의 아이들이 이 땅에 다시 오게 될지도 모른다.
그들도 아버지처럼 서류 없이, 이름 없이 살아야 할까.
불법이라는 말은 그들의 삶을 다 설명할 수 없다.
나는 오늘도 일터에서 그의 장갑이 걸려 있던 자리를 바라본다.
햇살이 스며드는 그곳은,
아무 말 없이 일하고, 아무 흔적도 남기지 못한 한 사람의 자리였다.
> “이 이야기는 누군가로부터 전해 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한 것으로, 특정 인물이나 사실을 단정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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