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니스의 아네모네 향이 아닌 이유
모든 신화에는 기억되지 않은 감정이 있고,
모든 허브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향이 있다.
아프로디테는 사랑과 미(美)의 여신이다.
그녀는 바다 거품 속에서 태어났고,
그녀가 걷는 곳마다 꽃이 피고 향기가 흩날렸다.
하지만 그녀의 사랑은 언제나 평온하지만은 않았다.
신들은 그녀를 질투했고, 인간은 그녀를 동경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늘 경쟁과 전쟁을 불러왔으며,
사랑은 때로는 오해와 상처로 돌아왔다.
그녀의 가장 슬픈 이야기 중 하나는 ‘아도니스(Adonis)’와의 사랑이다.
아도니스는 인간이었고,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웠다.
아프로디테는 그를 사랑했지만, 운명은 그들에게 오래 머물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프로디테의 걱정을 뒤로한채 아도니스는 멧돼지의 뿔에 찔려 죽었고,
그를 잃은 아프로디테는 끝내 오랫동안 그를 잊지 못했다.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Metamorphoses)』에서
“그녀는 붉은 피를 보고 슬퍼했고,
그 피 자리에 아네모네가 피었다.” 라는 말이 있다.
이별의 아픔이라는 뜻을 가진 아네모네의 꽃말 역시 이 신화에서 비롯된 이야기이다.
다만, 아프로디테와 아도니스의 이야기 중 아네모네가 아닌
로즈마리를 선택한 이유는 아네모네 꽃을 마실 수 없었을 뿐 아니라
고대 로마시대를 거쳐 중세 이후에 이르기까지
사랑하는 이들이 죽었을 때 로즈마리를 함께 심어
향으로 그들을 오랫동안 기억하는 문화가 곳곳에 소개되어
“기억의 허브”라는 상징성을 두고
아프로디테의 사랑을 기억하기 위해 은유적으로 표현하면서
더불어 함께 기억할 수 있는 차로 마실 수 있도록 소개하기 위함이다.
로즈마리 : 사랑과 기억의 허브
로즈마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기억력 향상'을 돕는 허브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시험을 앞둔 학생들이 좋아하고,
잃어버린 감정과 주의를 되살리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로즈마리는 『본초강목』이나 『동의보감』 등 전통 본초서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일부 현대 약선학에서 서양 허브를 동양의 체계로 재해석한 분류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진 것으로 추정한다.
성미 : 따뜻하고 약간 매움
귀경 : 심·폐경
효능 : 향기로 심신을 안정시키고 기 순환을 도우며, 집중력을 높이는데 보조 작용 가능
이는 단지 머리 회전을 빠르게 하는 기능성 허브가 아니라,
감정이 얼어붙었을 때 마음을 푸는 약선의 한 가지 방식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오늘의 블렌딩
로즈마리 + 펜넬 + 페퍼민트
이 블렌딩은 아프로디테의 화려한 겉모습보다는,
그녀가 감추고 있던 내면의 소화되지 않은 감정에 더 가깝다.
로즈마리는 따뜻한 중심을 잡아주고,
펜넬은 은은한 단맛과 함께 위장을 달래주며,
페퍼민트는 기분을 가볍게 띄워준다.
세 가지 모두 향이 강한 허브지만,
각자의 역할이 분명해서 서로를 해치지 않고
의외로 부드러운 균형을 만들어낸다.
컨셉: 소화와 순환을 돕는 기능성 허브차
풍미: 약간 스파이시하면서도 맑고 시원한 톤
기능: 식후 소화 + 더부룩함 완화
추천 시기: 점심 식사 후, 집중력이 가라앉는 시점
강한 향끼리지만 균형만 잘 잡으면,
‘활력과 가벼움’이 공존하는 차가 된다.
찻잔에 담긴 여신의 기도
사랑은 가끔은 고통을 동반하고,
기억은 늘 아름답게만 남지 않는다.
그러나 로즈마리는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고.”
아프로디테는 완벽하지 않은 사랑 앞에서,
기억을 남기는 선택을 했다.
사랑을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우리는 그 향기를 따라
오늘, 찻잔 속에서 한 사람을 떠올린다.
작가의 노트
※ 참고 자료:
-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Metamorphoses)
- Shakespeare, 『Hamlet』 – 로즈마리를 ‘기억의 허브’로 언급한 고전 문학적 근거
- The Herb Society of America, Herbs for Remembrance – 로즈마리의 현대 민속 해석
- 현대 약선학 교재 예시 – 『한방약선식품학』, 대한한방약선학회
오늘도 고맙습니다.
낭만차장 모모
차로 계절을 이야기하고,
약선으로 이야기를 차려내는 티 스토리텔러
이 글은 ‘차창 밖 계절을 함께 여행하는 이야기꾼’
낭만차장 모모의 브런치 시리즈 [신들의 찻잔]의 일부입니다.
허브와 신화, 계절과 기운, 그리고 차 한 잔의 감정을 글로 담아
찻잔 속 이야기와 마주하는 시간.
[계절을 마시다], [신들의 찻잔]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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