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프네와 월계수
달아나는 영혼의 향기, 다프네와 월계수
모든 사랑이 서로를 향해 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사랑이 누군가에게는 추격이고, 누군가에게는 도망이다.
다프네(Daphne)는 강의 신 페넬오스의 딸이자, 숲을 사랑한 님프였다.
그녀는 인간이나 신 누구에게도 사랑받고 싶지 않았고,
특히 아폴론의 사랑을 받아들이기를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큐피드의 화살이 그들을 엇갈리게 만든다.
금화살을 맞은 아폴론은 다프네를 향한 열정에 불타올랐고,
납화살을 맞은 다프네는 그를 향한 혐오와 공포로 달아났다.
숲을 내달리던 그녀는 끝내 강의 신에게 외쳤다.
“아버지! 이 몸을 바꿔주세요, 이 사랑에서 벗어나게 해 주세요.”
그 순간 그녀의 몸은 나무로 변했다.
살갗은 껍질이 되고, 머리카락은 잎이 되고,
그녀의 숨결은 바람 속 향기로 흩어졌다.
그 나무가 바로, 월계수. 라우렐(Laurel)이었다.
아폴론은 슬픔 속에 그 나무의 가지를 꺾어 관을 만들었다.
자신이 영원히 사랑했던 이의 형상을 머리에 얹으며 맹세했다.
“이제부터 월계수는 시와 음악, 승리와 명예의 상징이 될 것이다.”
월계수 ; 상처 위에 핀 명예의 잎사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월계관’, ‘라우렐 크라운’은 사실
사랑을 거부당한 신의 슬픔 위에 놓인 맹세다.
고대 로마에서는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에게,
중세에는 시인과 학자에게,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월계수는 누군가의 머리 위에 명예로 남는다.
그러나 그 시작은 너무나 조용하고 단호한 ‘거절’이었다.
약선 관점에서 본 월계수 잎
월계수 잎은 단지 상징의 식물이 아니라,
동서양 모두에서 약용으로 사용되어 온 식물이다.
『본초강목』이나 『동의보감』에는 직접적 기록은 드물지만,
현대 한방 및 향신료 약리학에서는 다음과 같은 효능으로 분류한다
성미: 따뜻하고 약간 쓰며 매움
귀경: 비·위경 (소화기 계통 중심)
효능: 위장을 따뜻하게 하고, 담을 제거하며 소화를 돕는다
특히 지방이 많은 음식과 함께 사용할 때
기름기를 줄이고 위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쓰인다.
유럽 지중해 식단에서도 월계수는 고기 스튜나 수프의 향신료로 자주 등장하며,
몸을 덥히고 향으로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허브 블렌딩
월계수 + 생강 + 로즈힙
다프네의 차는 뜨겁다.
그것은 누군가의 사랑을 피하려다 몸을 바꾼 이의 기억이기 때문이다.
- 월계수는 깊은 나무향과 함께 위장을 감싸고,
- 생강은 따뜻하게 피를 돌게 하며
- 로즈힙은 그 안에 묻힌 상처를 부드럽게 감싼다.
이 차는 따뜻함으로 안아주지만,
그 속에는 달아날 수밖에 없었던 어떤 영혼의 기억이 남아 있다.
작가의 노트
※ 다프네와 월계수의 신화는 고대 그리스에서 비롯되었으며,
대표적으로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Metamorphoses)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신의 사랑을 거절하고 나무로 변한 님프의 이야기는 이후 '라우렐(laurel)'이라는 이름으로
로마 제국을 비롯한 여러 문화권에서 '명예'와 '승리'의 상징이 되었으며,
이 신화를 바탕으로 현대에도 월계관, 로렐 크라운이라는 표현이 사용됩니다.
※ [본초강목]에서는 비슷한 속 식물인 '향월계수(香桂葉)'로 구분되며, 주로 향료로 언급.
[약용식물도감]과 서양 허벌리즘(예: Herbal Medicine: Materia Medica by David Hoffmann)
에서는 소화기계·호흡기계에의 효능이 중심.
WHO Monographs on Selected Medicinal Plants에서도 소화보조제, 항균 작용, 해열작용 언급됨.
오늘도 고맙습니다.
낭만차장 모모
차로 계절을 이야기하고,
약선으로 이야기를 차려내는 티 스토리텔러
이 글은 ‘차창 밖 계절을 함께 여행하는 이야기꾼’
낭만차장 모모의 브런치 시리즈 [신들의 찻잔]의 일부입니다.
허브와 신화, 계절과 기운, 그리고 차 한 잔의 감정을 글로 담아
찻잔 속 이야기와 마주하는 시간.
[계절을 마시다], [신들의 찻잔]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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