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판도라의 상자.
왜 감초가 없었을까?

감초로 느끼는 판도라의 마지막 이야기

by 낭만차장모모


세상은 어쩌다 이렇게 복잡하고

아픈 감정들로 가득 차게 되었을까.
질병, 시기, 배신, 전쟁, 고통...


이 모든 것들이 처음부터 세상에 존재했던 건 아니었다.
이야기는 한 사람, 아니, 한 ‘상자’에서 시작된다.

그 상자의 이름은 ‘판도라’였다.


신들의 분노와 인간의 불씨


태초에 인간은 신의 불을 훔쳤다.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눈을 피해 불을 인간에게 전했고,
그 불은 인간들에게 문명을 만들고, 밤을 밝히고,

인간을 신처럼 변화시켰다.

그러나 그 행위는 신들의 질서를 무너뜨린 중대한 도발이었다.


제우스는 분노했지만 직접 나서는 방법을 뒤로하고,

인간이 아닌 신의 생각이 더해져 더욱 정교한 방법으로 인간을 벌주기로 결심한다.


‘처벌’이 아닌 철저하게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모든 것을 가진 여자, 판도라


여러신들은 최고의 기술과 재능을 쏟아부어
한 명의 여인을 창조했다.

그녀의 이름은 "판도라" ; 모든 선물을 받은 자.


아프로디테는 그녀에게 아름다움을,
헤르메스는 언변을,

아테나는 솜씨를 부여했다.
그녀는 그 자체로 완벽한 선물이자,

동시에 재앙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판도라에게는 작은 상자가 하나 주어졌다.
단, 그 상자는 절대로 열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판도라의 호기심과 에피메테우스의 실수


모든 일을 예상했던 프로메테우스는 동생 에피메테우스에게 경고했다.
“절대 신들이 주는 선물을 받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인간은 때때로 사랑 앞에서 이성을 잃는다.
에피메테우스는 첫눈에 반한 판도라를 사랑했고, 그녀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결국, 판도라는 상자를 열었다.
그 순간, 온갖 고통과 불행이 세상으로 쏟아져 나왔다.
인간에게 남겨진 건 아픔과 후회뿐이었다.

그러나, 상자 바닥에는 단 하나의 존재가 남아 있었다.
‘희망’이었다.




감초 : 단맛에 남겨진 희망


고전 신화 속 판도라의 상자에는 허브 한 잎도 들어있지 않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감초라는 작은 허브에 ‘희망’이라는 감정을 빗대어본다.


감초는 약선에서 ‘백약을 조화시키는 약재’로 불린다.
몸이 아플 때, 마음이 무너질 때,
쓴 약의 끝에서 감초는 그 맛을 부드럽게 감싸준다.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에는 다음과 같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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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초

- 성미 : 평온하고 달다

- 귀경 : 심, 비, 폐, 위경

- 효능 : 해독, 진정, 기력보완, 급성통증완화



감초는 마지막에 넣는 약재다.
그것은 마치 판도라의 상자 속,
가장 마지막에 남겨진 ‘희망’처럼 조용하고 단단하게 작용한다.




감초 블렌딩티
감초 × 자소엽 × 캐모마일

감초는 달고 둥글며 마음을 감싼다.
자소엽은 기의 흐름을 풀어주고, 몸을 따뜻하게 데운다.
캐모마일은 긴장을 풀고, 감정을 부드럽게 내려앉게 도와준다.

희망과 조화의 블렌딩차



이 차는 쓰지 않는다.

그러나 지나치게 달지도 않다.
그 맛은, 상처를 덮기보다 어루만지는 단맛이다.






찻잔에 담긴 여운


판도라는 실수했다.
하지만 그녀가 남긴 상자 속 단 하나는
오늘의 우리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건넨다.

지금 이 순간이 아무리 괴롭고 지쳐도,
우리의 감정 속 어딘가에는 아직 ‘희망’이라는 감정이 남아있다.

감초처럼 말이다.



작가의 노트


※ 판도라의 상자 이야기는 고대 그리스 시인 헤시오도스의 [일과 나날]과

[신들의 계보]에 전해지는 신화다.
그녀는 제우스가 인간에게 보낸 첫 여성이며,
그녀가 연 상자에서 모든 고난이 쏟아졌고,

마지막으로 ‘희망(Elpis)’만이 남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 감초의 약선적 정보 [동의보감], [본초강목] 및 [한방약선식품학]을 기준




오늘도 고맙습니다.


낭만차장 모모
차로 계절을 이야기하고,
약선으로 이야기를 차려내는 티 스토리텔러






이 글은 ‘차창 밖 계절을 함께 여행하는 이야기꾼’
낭만차장 모모의 브런치 시리즈 [신들의 찻잔]의 일부입니다.


허브와 신화, 계절과 기운, 그리고 차 한 잔의 감정을 글로 담아

찻잔 속 이야기와 마주하는 시간.

[계절을 마시다], [신들의 찻잔]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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