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페르세포네의 계절

석류의 씨앗 그리고 계절의 약속

by 낭만차장모모


“꽃이 피지 않던 계절, 봄은 왜 떠났을까?”


이야기는 어느 해, 봄이 사라졌던 해에서 시작된다. 들판은 메말랐고, 씨앗은 움트지 않았으며, 나무는 잎을 틔우지 않았다. 세상은 숨을 멈춘 듯, 회색으로 물들었다. 신들도 인간도 모두 고개를 저었지만, 단 한 사람만이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녀는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 그리고 그 이유는 그녀의 딸, 페르세포네였다.


봄의 소녀, 어둠의 여왕이 되다.


페르세포네는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의 딸이었다. 새싹이 트는 계절이면 그녀는 들판에서 꽃을 땄고, 아이들의 웃음처럼 밝은 목소리로 숲을 물들였다. 모든 생명은 그녀가 웃을 때 피어났고, 그녀가 노래할 때 자라났다. 하지만 어느 날, 지하의 왕 하데스가 그녀를 보았다. 하데스는 그녀의 웃음을, 걸음을, 그 생기를 원했다. 그리고 햇살이 눈부시던 어느 날, 대지는 갈라졌고 하데스는 검은 전차를 타고 나타나 페르세포네를 납치해 저승으로 데려갔다. 딸이 사라진 데메테르의 슬픔은 그 어떤 것보다 컸다. 세상은 침묵했다. 꽃은 시들었고, 곡식은 자라지 않았으며 데메테르의 눈물은 온 대지를 얼리고 말았다.


“그 아이가 돌아오기 전엔,
이 땅에 다시는 열매가 열리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저주는 곧 겨울이었다.




석류의 씨앗, 계절의 약속


제우스는 사태의 심각함을 깨닫고 하데스를 설득해 페르세포네를 돌려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돌아가는 길목에서, 하데스는 마지막으로 석류 한 개를 건넸다. “그냥 맛만 보아라.”
그 말에 페르세포네는 붉은 석류 알을 여섯 알 삼켰다. 그 순간, 운명이 바뀌었다. 저승의 음식을 먹은 자는

그곳에 속하게 된다는 신의 법칙. 데메테르와 하데스의 팽팽한 줄다리기에 페르세포네는 일 년 중 여섯 달은 지상에서, 나머지 여섯 달은 저승에서 살아야 했다. 그녀가 지상에 돌아오면 데메테르는 웃고, 꽃은 피고,

세상은 봄이 된다. 그녀가 저승으로 떠나면 모든 것이 숨을 멈춘다. 그렇게 계절이 생겼다.



석류의 붉은 기억 ; 약선으로 읽는 여신의 잔


석류는 붉다.
혈관처럼, 심장처럼,
생명과 죽음이 공존하는 색이다.


약선에서는 석류(石榴)를 이렇게 본다.

성미는 산온(微酸溫), 귀경은 신·간·비경으로 배속하는데. [본초강목]과 [동의보감]에 따르면, 보혈 조경(補血調經), 생진지갈(生津止渴), 항산화, 미용작용이 있다. 이는 여성 건강에 탁월하며, 호르몬 밸런스를 돕고, 진액을 보충해 건조하고 지친 몸과 마음에 촉촉한 ‘귀환’을 선물한다.


그 속에는 씨앗이 가득하지만 또한 이별과 규칙, 경계의 상징이기도 하다. 고대에서는 석류가 여성성과 재생, 순환과 미용, 심지어는 결혼과 죽음을 동시에 상징했다. 약선에서는 석류를 보혈조경, 생진지갈, 항산화 및 여성건강 증진에 쓰며 특히 피부미용, 갱년기, 기혈 순환 저하에 효과적인 재료로 소개한다. 하지만 오늘날, 석류피나 말린 씨앗보다는 보다 일상적인 석류청을 활용해도 충분히 신화적인 의미와 건강함을 담아낼 수 있다.



오늘의 블렌딩 레시피


석류청 + 히비스커스 + 장미꽃잎

이 조합은 마치 저승에서 돌아오는 여신이 들고 있을 것 같은 붉은빛의 찻잔이다.

히비스커스와 로즈페탈의 붉은 컬러감과 석류청의 새콤달콤함이 어우러져 색도 아름답지만 여성들을 위한 여신의 찻잔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녀는 매년 떠난다.
하지만 매년 돌아온다.
그래서 봄은, 늘 약속처럼 찾아온다.”


그녀는 더 이상 단순한 봄의 소녀가 아니다. 그녀는 저승의 여왕이자, 기다림 끝에 피어나는 생명의 얼굴이다. [신들의 찻잔]은 오늘도 그 붉은 씨앗의 기억을 따라 한 잔의 봄을 우려낸다.




오늘도 고맙습니다.


낭만차장 모모
차로 계절을 이야기하고,
약선으로 이야기를 차려내는 티 스토리텔러






이 글은 ‘차창 밖 계절을 함께 여행하는 이야기꾼’
낭만차장 모모의 브런치 시리즈 [신들의 찻잔]의 일부입니다.


허브와 신화, 계절과 기운, 그리고 차 한 잔의 감정을 글로 담아

찻잔 속 이야기와 마주하는 시간.

[계절을 마시다], [신들의 찻잔]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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