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에 맞아?" 쌀국수

입 짧은 인간의 먹는 인생 이야기 ep.03

by 정담

저는 성인이 되어 처음 접한 음식이 꽤나 많은 편입니다. 사람의 유년기 시절 입맛은 부모에 따라 정해진다던데, 저희 가족의 음식을 담당하셨던 엄마는 지극히 한국적인 입맛의 소유자셨습니다. 새로운 시도보다는 익숙한 것을 좋아하셨으며, 특히 이국적인 맛을 내는 소스는 입에도 대려 하지 않으셨습니다. 중학생 때 가족여행으로 갔던 중국에서는 항상 한국 음식점을 찾으실 정도로요.


그 때문인지 저 또한 어릴 때는 누군가 좋아하는 음식을 물어보면 '미역국' 혹은 '콩나물국'을 언급할 정도로 토종적인 입맛을 자랑했습니다. 그런 제가 다양한 음식을 맛보기 시작한 건 역시 대학교를 진학한 덕분입니다. 그때 처음으로 접한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쌀국수'입니다.


때는 스무 살, 아마 대학교 첫 수업 등교 날이었을 겁니다. 아직은 어색했던 동기들과 처음으로 학교 주변으로 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동기가 찾아본 학교 맛집은 바로 '쌀국수' 집이었습니다. 전 그때까지 아직 한 번도 쌀국수를 먹어본 적이 없었지만, 다른 걸 먹으러 가자고 할 만큼 딱히 식사에 열정도, 말할 숫기도 없었기에 그대로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자리에 앉은 저는 그야말로 어색함의 극치를 달렸습니다. 작은 찻잔에 나오는 따뜻한 차도, 빨갛고 까만 소스도, 따로 나오는 양파도 모두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어색한 기다림 끝에 나온 대접 위의 국수 또한, '이게 무슨 맛이지?'라는 것이 첫인상이었습니다.


딱 꼬집어 말하기 힘든 국물 맛에, 생 숙주의 맛 또한 평소에 먹던 잔치국수와는 그 결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입맛에 맞아?"라고 묻는 동기의 물음에 저는 그저 "나 쌀국수는 처음이야. 이런 맛이구나"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전의 완두콩밥이나 진저에일처럼 지금도 좋아하지 않는 음식 리스트에 있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후 쌀국수는 점심 메뉴의 스테디셀러가 되었습니다. 스무 살 때 처음 갔던 식당이 학교 근처에서 가기 가장 무난한 곳이었기에 그 후에도 과 동기나 친구들과 자주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저는 가장 기본인 소고기 쌀국수부터 매운 쌀국수, 볶음 쌀국수, 해물 쌀국수, 분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를 맛보며 그 특유의 슴슴하면서도 진한 맛에 중독되어 버렸습니다.


이렇게 음식과의 첫 만남이 생생한 메뉴가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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