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짧은 인간의 먹는 인생 이야기 ep.04
첫 만남이 생생한 음식이 있으신가요? 저는 쌀국수에 이어, 강한 태양이 비추는 한여름의 대학로 4번 출구 골목이 떠오르는 음식이 또 하나 있습니다.
당시 휴학생이던 저는,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는 대학로에서 이루어졌는데, 활동 시간이 끝나면 6시 즈음으로 딱 저녁 식사 시간이었습니다.
때문에 종종 함께 하는 친구들과 밥을 먹곤 했는데, 그때 한창 화제였던 음식은 '마라탕'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때까지 마라탕을 먹어본 적이 없었지만, 쌀국수 이후 음식에 대한 모험심이 생긴 저는 '남들 하는 건 다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대학로 4번 출구 골목에 있던 마라탕 가게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향한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생전 처음 맡아본 향기가 코를 찔렀습니다. 말씀드렸듯 저의 유년기 입맛을 결정한 저희 엄마는 이국적인 맛을 매우 싫어하셨고, 저 또한 덩달아 그리 달갑지는 않아했습니다.
하지만 들어온 이상 물러설 순 없었고, 친구와 '이건 어떻게 하는 걸까...?'라는 대화를 나누며 쭈뼛쭈뼛 대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100g 당 1,500원]이라 쓰인 글씨를 보아도 100g이 얼만큼인 지 알 수는 없었습니다. 그저 눈대중으로 남들을 곁눈질해가며 담은 저와 친구의 첫 마라탕은 둘이 먹기엔 적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쯤에서 다른 활동에서 있었던 일화를 말하자면, 함께 글을 쓰던 친구들과 '혈중 마라농도'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가 했던 평은 '맛이 없진 않지만, 굳이 먹어야 할 이유는 못 찾겠다.'였습니다.
그랬던 제가 지금은 한 번 마라가 떠오르면 곧장 달려가야 하는, '마라 중독자'가 되었습니다. 마라는 참 신기한 게, 마치 마라탕을 잊은 것처럼 일상을 살아가다가도 어느 순간 '마라!!!'하고 몸의 어느 구석이 강렬히 마라를 원할 때가 있습니다.
처음엔 어색했던 셀프 시스템을 통해 내가 먹고 싶은 것만 넣을 수 있는 것도, 맵기 조절이 가능한 것도, (요즘엔) 어딜 가나 마라탕 집이 생긴 것도 조금 더 마라탕을 원하게 되는 이유 같기도 합니다. 그 덕분인지 예전엔 친구들을 만나면 무조건 '떡볶이'였던 것처럼, 지금은 무조건 '마라탕'을 외치게 되었습니다.
마라탕이 한 번 생각나면 무조건 먹어야 하는 메뉴인 것처럼, 인생에 없으면 안 되는 스테디이자 베스트인 소울 푸드가 있습니다.
tmi. 저는 매운 걸 좋아합니다. 때문에 마라탕은 뒤에서 두 번째 맵기 정도를 선호합니다. '맵지 않으면 마라가 아니잖아?'를 외치기도 합니다. 종종, 너무 스트레스가 쌓일 때는 가장 매운 단계로 입 안을 죄다 얼얼하게 만들어 화를 잊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