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저 돈 이만큼 있어요!", 떡볶이

입 짧은 인간의 먹는 인생 이야기 ep.5

by 정담

떡볶이는 제 인생에 없으면 안 되는 스테디이자 베스트 소울 푸드입니다. 그 이유는 아직도 알 수가 없습니다. 떡볶이는 왜 이렇게 맛있는 걸까요? 아니, 맛있는 걸 떠나서 떡볶이만이 줄 수 있는 분명한 만족감이 존재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평생에 걸쳐 시시때때로 접하는 만큼 떡볶이와 얽힌 추억이 많기 때문일까요?


저에게 떡볶이에 대한 기억은 많지만, 가장 '처음'의 기억이라고 한다면 이때일 것 같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제가 유치원생이던 시절, 집 근처에 제 나이 또래들의 집결지인 놀이터가 있었습니다. 놀이터 근처에는 작은 슈퍼가, 그 슈퍼 앞에는 작은 분식 포장마차가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물도 마시고 배도 채우기 위해 지금은 얼굴도 기억 안 나는 친구들과 자주 뛰어가곤 했습니다.


긴 떡들이 오밀조밀하게 담긴 종이컵이 300원. 용돈도 받지 않았던 당시의 저에겐 꽤나 큰 금액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컷 뛰어논 다음의 떡볶이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기에 꼭 쥐고 왔던 동전을 내밀어 종이컵을 받아 들곤 했습니다. 손보다 큰 종이컵에 담긴 빨간 떡을 이쑤시개로 꽂아 호호 불어 먹던 기억,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소중한 순간이지만 아직까지 기억하는 상처가 있습니다.


한창 놀다 포장마차로 달려가 먼저 물을 마시던 저희를 보며 주인분은 미심쩍은 눈빛으로 "너희, 돈은 있니?"라고 물으셨습니다. 그 말에 "네! 저 돈 이만큼 있어요!"라며 손에 든 동전을 내보이던 제가 있었습니다. 해맑게 대답했던 저였지만, 지금까지도 이렇게 생각나는 걸 보면 그게 무슨 의미인지 그 어린 나이에도 알았었나 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주인 분께서 그런 질문을 해야만 했던 일이 많았으리라 짐작됩니다. 그 나잇대의 아이들은 생각보다 속없이 순수한 경우가 많고, 모든 게 자신 위주로 돌아간다고 믿곤 하니깐. 포장마차의 물 정도야 굳이 무언가를 사 먹지 않아도 거리낌 없이 마음대로 먹어도 되는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을 거니다. 물론 이건 지금에 와서야 이해하는 것일 뿐, 그때의 저에게는 나쁜 어른일 뿐이었지만요.


이렇게 어릴 때의 기억을 되돌리며 '그때 참 어렸다'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이처럼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드는 장소가 있습니다.

keyword
이전 05화이건 어떻게 하는 걸까?, 마라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