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짧은 인간의 먹는 인생 이야기 ep.06
스스로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장소가 있습니다.
제가 중학생 때 한창 뷔페가 유행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평일 런치 가격 9,900원. 만 원 한 장이 안 되는 가격으로 뷔페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굶주린 성장기의 아이들이 많이 찾곤 했습니다.
저 또한 친구들과 그 뷔페를 찾곤 했지만, 자주 갈 수는 없었습니다. 용돈을 받긴 했지만 기껏해야 한 달 2만 원. 점심 한 끼를 위해 용돈의 절반인 1만 원을 투자하기에는 부담이 되던 나이였습니다. 때문에 벼르고 별러 그날 아침은 물론 그 전 날 저녁까지 굶은 채로 향해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비싼 돈을 낸 만큼 먹어야 한다고 생각해 기본 2시간, 3시간을 앉아 있곤 했습니다. 그때도 마찬가지로 식사량이 적은 편이었지만, 야금야금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어떻게든 본전을 뽑으려 애쓰곤 했습니다.
그런 저에 비해 가벼운 식사를 하는 것처럼 30분가량 먹고 빠르게 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저와 친구들은 "저 사람들은 돈이 많은가 봐~"라며 놀라곤 했습니다.
그로부터 10년 정도 지났을까요.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과 밥 먹을 곳을 찾던 중이었습니다. 딱 저희 앞에 그 뷔페가 나타났고, 저희끼리 "저기 갈까?"라고 하며 가격표를 보게 되었습니다. 가격은 12,000원 후반. 이에 대해 저희는 "가격 괜찮네~!"라는 대화를 나눴고, 이에 대해 서로 놀라워했습니다. 어릴 때는 천 원 한 장에도 쩔쩔매던 우리가, 그래도 이 정도는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었구나.
당연히 아직도 천 원 한 장이 소중하고 밥 한 끼에 만 원이 넘는 건 망설여질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어릴 때와 기준이 달라졌다는 건, 그리고 그 기준이 여유로워졌다는 건 기분이 좋은 일 같습니다. 스스로 어른이 되었다는 느낌이 든달까요?
하지만 이쯤 생각이 드는 건, 저는 과연 어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