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속의 음료, 진저에일

입 짧은 인간의 먹는 인생 이야기 ep.02

by 정담

저는 책으로 인해 관심을 가지게 된 음식이 종종 있습니다.


저번에 이어 제가 다녔던 초등학교 도서관과 관련된 기억입니다. 이번엔 아동도서와 관련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가 그때 가장 좋아했던 건 '영국 기숙 학교'가 나오는 시리즈물로 나왔던 작품입니다. 그리고 그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은 에피소드는 '한밤의 파티'였습니다.


그 작품 속 기숙학교는, 기숙사 내에서 외부 음식을 먹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원래 하지 말라는 걸 하는 게 더 재미있는 건 만국 공통인지, 소설 속 소녀들이 들뜬 모습으로 밤샐 준비를 하는 걸 읽으면 저 또한 덩달아 설레곤 했습니다. 특히 한밤의 파티에서 가장 중요한 음식을 준비할 때 항상 등장하던 게 바로 '진저에일'입니다.


초등학생이었던 저는 이 진저에일 한 단어 속 그 어떤 음절도 해석할 수 없었습니다. 스무 살이 넘은 후에야 '진저'가 생강이고, '에일'은 맥주이지만, 진저에일은 술이 아닌 탄산음료에 속한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렸던 저는 그저 소설 속 맥락에 미루어 '혹시 술인가? 하지만 얘네는 학생인데... 외국은 학생도 술을 마실 수 있나?'라고 혼자 생각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상상 속의 음료를 드디어 직접 맛보게 된 것은 족히 15년이 지난 후 향한 유럽 여행에서였습니다. 서양의 밀가루 음식들이 유독 버거웠던 저는, 탄산음료를 시켜야만 식사가 가능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음식점에서 '진저에일' 네 글자를 보았고, 짧은 고민 끝에 바로 시켜본 진저에일은 상상만큼 독특한 맛은 아니었습니다. 평소 흔히 먹던 콜라나 사이다에 비해 딱히 달지도, 그렇다고 탄산이 강하지도 않은. 하지만 어린 마음에 남아 있던 소녀들의 들뜸과 처음으로 향한 유럽 여행의 설렘이 겹쳐 진저에일은 아직도 신비스럽고 특별한, 유독 설레는 음료로 남아 있습니다.


이렇게 성인이 되어 처음 접하게 된 음식이 저는 꽤나 많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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