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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미 Oct 15. 2023

[독후감] 삶은 예술로 빛난다

예술의 쓸모를 발견하다-


어쩌다 이 책을 접했는지 모르겠다. 교보문고 sam을 구독하고 있는데, 잔여 권수를 채워야해서인지, 우연히 인스타그램의 어떤 추천사가 인상적이어서 인지 모르겠다. 다만, 이 책은 방황하고 있는 내 삶에 마치 성경처럼 획을 그어주었다.




미술관에 가면 왠지모르게 긴장하기 마련이다. 옷을 갖춰 입어야할 것 같고, 전공 지식이 있어야 할 것 같고, 천천히 걸어야 할 것 같고, 어떤 작품 앞에서는 한참을 숙고해야할 것 같다. 이정도는 충분히 흉내낼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정말 짜증나는 부분은 전시 설명을 읽을 때다. 전시 설명을 작성한 사람 본인이 이 글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일 정도로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황당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어떤 책에서 보니 이건 글로벌한 미술계의 특징이라고 한다. 그 책의 작가는 이것을 '미술언어'라고 부른다고. 난 이런 작은 부분들이 미술과 사람들을 멀어지게 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시 설명 하나도 이토록 심오하고 어려운데,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그 누가 명확히 설명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복잡했던 머리속 실타래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쉽게 설명할 수 있구나. 예술에 대해서.




예술은 쓸모가 있을까?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해야할까. 미스터 선샤인에서 희성도 '나는 무용하고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오'라고 말한다. 들꽃과 비와 눈, 하늘과 별들은 아름답지만 '무용'하다고 한다. 이 대사를 참 좋아한다. 굳이 거창한 이유를 들이밀지 않고, 그저 사랑하는 것 뿐이라고 표현하는 게 담백해서 좋다. 하지만 예술의 쓸모에 대해서는 여전히 어떤 답을 내리지는 못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어쩌면 에너지 '방향'의 차이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말이냐면, 세상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은 모두 밀도높은 몰입의 시간을 가졌다. 그게 의사이든 과학자이든 기업가이든 예술가이든 말이다. 책상위에서 보내는 연구의 시간으로 목디스크가 온 건 똑같은데 과학자는 유용한 업적을 만들고, 예술가는 무용한 아름다움을 만든다.


아, 결국 유용과 무용의 차이는 그들의 노력이 사회를 향하고 있는지 자기 자신의 내면을 향하고 있는지의 차이가 아닐까? 




이 책에서 예술가들은 끊임없이 예술은 무엇인가? 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자신만의 정답을 내리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한다. 학교에서 배우고, 이미 위대한 업적을 남긴 예술가들에게서 배우고, 내 주변 동료들에게 배우고 나면 비로소 자기 자신만의 정답을 찾아내는 예술을 한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자기 자신의 깊은 곳으로 파고들어 자신만의 예술에 대한 답을 내리고, 그것을 작품으로 세상에 드러낸다.


예술은 그런 것이다. 에너지를 밖으로 향하지 않고, 내 안으로 향하게 하는 것. 나의 깊-은 심해를 잠수하고 도 잠수해 빛이 하나도 들지 않는 미지의 세계 가운데 빛을 밝혀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발견해 내는 것.


세상의 유용함은 누군가의 무용한 예술을 통해 비로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자신만의 이론을 위해 온 삶을 쏟아낸 어느 과학자의 예술로서, 자신만의 기술을 위해 온 정성을 들인 어느 기술자의 예술로서.

그리고 자신의 깊은 아픔과 슬픔과 환희를 선과 색으로 표현한 예술가들은 그 작품을 통해 오롯이 우리들에게 다시 질문을 던진다. 너의 세계는 어떤 모양이냐고. 그것이 바로 예술의 쓸모가 아닐까.


작품을 마주하는 것은 작가의 사조와 기법, 수상 내역을 알기 이전에 나 스스로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이 되어야 한다. 그 넓은 심해 가운데 하나의 빛을 밝히기 위해, 그 빛 가운에 무엇이 놓여있는지 발견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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