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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와 고딕문학
:과거의 두려움은 부활하는가-1

영화 '기생충'에 있는 자본주의적 고딕문학

by 이차원 Mar 05. 2025

 *이 글은 결과를 포함한 영화 전반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하신 분들은 이 점 유의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이번에 영화 '미키 17'으로 다시 돌아오는, 이제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고 세계에서도 김치, 손흥민과 함께 'Do you know~' 시리즈로 물어볼 수 있는 이름 - 봉준호 감독의 작품 '기생충 (2019)'은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이자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 등의 수많은 수상을 하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둘 다 잡은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이 작품을 보고 나서 느껴지는 한 가지의 감정이 있다면, 바로 '불편함'일 것이다. 워낙 구조적으로 촘촘히 짜여진 작품인 것이 일반인의 눈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이 감정에 대한 디테일한 이유를 알고 싶어서, 다른 작품들도 그렇지만 특히 이 작품은 보고 나면 분석글을 찾아보게 되는 것 같다. 이에 대한 리뷰 및 논문들을 읽어보면 다양한 내용들이 있겠지만 주로 '장소적 구분에서 기반한 계급 우화' 또는 '타인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관음증적 요소' 등으로 이러한 불편함을 설명하는 것 같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빈부격차와 타인을 엿보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능 등을 다룬 작품들은 많이 있지 않은가? 그 영화들을 보고 나서 느꼈던 불편함과는 다른 말로 잘 설명되지는 않지만 어딘가 특별한 - '석연치 않은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는가? 필자는 그 이유가 바로 '기생충'이 앞서 말한 두 가지 특징을 '고딕' 장르에 잘 녹여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많은 장르가 있지만, 이 고딕이야 말로 우리 세계에 어딘가 있을지 모르는 '불편함'을 다루는 데에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는 플롯 양식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고딕이란?


 고딕소설은 중세적 분위기를 배경으로 공포와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유럽 낭만주의의 소설 양식의 하나이다.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까지 특히 성행했으며, 고딕소설이란 명칭은 중세의 건축물이 주는 폐허스런 분위기에서 소설적 상상력을 이끌어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이다. 대부분의 고딕소설들은 잔인하고 기괴한 이야기를 통해 신비한 느낌과 소름끼치는 공포감을 유발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고딕소설은 이런 효과를 위해 비밀 통로·지하 감옥 따위가 설치된 중세의 성이나 수도원을 주배경으로 하며, 유령이 등장하는 불가사의하고 초자연적인 사건들을 즐겨 다루기도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고딕소설 [Gothic fiction, Gothic novel] (문학비평용어사전, 2006. 1. 30., 한국문학평론가협회)


 아마도 이 글을 읽으시면서 고딕 문학이란 것을 '한번쯤은 들어보았는데, 그게 정확하게 뭔지 모르겠다'고 많이들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다. 기원이 되는 유명한 작품들을 늘어놓으면 아마도 '아~'하고 수긍할 수 있을 것인데, <브램 스토커, 드라큘라>,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 <에드거 앨런 포, 어셔가의 몰락>등이다. 이 작품의 제목을 읽으면서 '기괴한' 어떤 이미지가 떠올랐다면 아주 효과적으로 고딕에 대해서 받아들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기이한 느낌은 어디서부터 오는가? 바로 위에 있는 설명에서 읽었듯이 이들 작품들이 독특한 캐릭터와 환경 설정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하 문단에서는 그 각각의 요소들을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현실과 판타지의 그 사이


 첫번째로 설명할 고딕 장르의 특징적인 요소는 바로 'Double'이다. 'Double'이란 인간과 비슷하지만 다른 무언가를 가리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드라큘라와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만든 창조물(the creature)이 그 예시다. 이들은 인간과 매우 유사하게 생겼지만 기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거나 너무 못생겼거나 하는 등의 인간과 구별되는 지점을 가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인간과 완전히 구별되는 생물들이나 물질들보다 더 '불편한 감정(Uncanny)'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의 예시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더 잘될 것이다. 이들은 사회 사이에 섞여 있으면서 인간과 함께 살지만, 결코 인간과 같지 않은 존재이기 때문에 완전히 동일시 되지 못하고 소요를 일으키게 된다.


 다음 요소로는 Gothic 건물 양식에서 기인했던 '비밀에 싸인 거대한 구조물'로 대표되는 장소 설정을 뽑을 수 있겠다. 고딕 소설은 앞서 언급되었 듯이 주로 산업혁명이 시작된 18세기 무렵부터 서술이 되기 시작했으나, 12세기부터 16세기 무렵까지 유행하였던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을 배경으로 진행이 된다. 이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은 중세 시대의 거대한 성과 성당 같은 구조물들로, 수 많은 방들과 복잡한 복, 먼 끝부분이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아치구조, 갑자기 함정처럼 푹 파여지는 곳, 비밀 문 등의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띌 수 밖에 없다. 이는 과거에 지어진 건축 양식이라는 특징과 합쳐져 '과거로부터 오는 공포'를 형상화한다는 고딕적인 특징을 띄게 한다.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요소는 거대한 자연이다. 프랑켄슈타인에서 등장하는 알프스 산맥과 남극의 빙하, 그리고 미국 문학의 걸작으로 평가 받는 허먼 멜빌의 모비딕에서 나오는 바다와 흰 고래 모비 딕 등을 예시로 들 수 있겠다. 이러한 거대한 자연은 인간에게 어떠한 압도감을 주는 것으로 에드먼드 버크 등이 논한 Sublime(숭고미)와 연결되며, 그 거대함 앞에 작아지는 인간의 감정을 불러 일으켜 작품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러한 독특한 요소들은 복잡하게 얽히며 작품만의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인간과 비슷하지만 다른 어떠한 존재, 구조적으로 비밀이 많은 건축물, 그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자연들이 합쳐져 어딘가 있을 것만 같은 그렇지만 또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기이함' 내지는 '불편함'을 형상화하는 것이다. 고딕 소설 작가들은 이러한 이야기 구조 속에 자신들이 발견한 사회 안의 불편함, 인간의 본성에 대한 고찰 등을 담아내어왔다.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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