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는 싶은데 뭘 써야 할지 몰라서 썼던 게 '제목으로 끝말잇기'였다. 평소에 아들하고 끝말잇기 놀이를 하다 보면 키득대며 반복하던 패턴이 있었는데 그것을 인용해 쓴 것이다. 전혀 관계없는 단어로 글감을 생각하다 보면 뭐라도 쓰겠지 싶어서다.
https://brunch.co.kr/brunchbook/morgetta
과연 써질까 싶었는데 20화 전부 썼다.
밀리기도 하고, 연재 요일을 조정하기도 하고, (언젠가부터 브런치 측에서 요일 변경을 막아놓기도 했다), 뜬금없는 주제에 뭘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괜히 했나 싶어 후회하기도 하고 그랬다. 그러다 연재 일정을 놓치기라도 하면 괜히 불편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지난 수요일에는 후배들과 점심 약속이 있었다.
역시나 당일이 되고 보니 '약속당일 나가기 싫어 증후군'이 도져서 나가기 싫어졌다. ㅋㅋ 이제는 더 늦으면 안 될 것 같은 복싱레슨은 그놈의 정해진 시간을 맞춰야 하는 불편한 마음이 영 극복이 안된다. 역시 나는 사회안적응자다.
https://brunch.co.kr/@jaemist/540
이렇게 정해진 시간에 뭘 해야 한다는 걸 그렇게나 싫어하는 걸 보면, 어떻게 대학원까지 다녔나 싶고, 짧았지만 직장생활은 또 어떻게 했나 싶고(일요일 저녁만 되면 엄지 만한 다크서클이), 사업을 20년 가까이 해온 것도 알쏭달쏭하다. 생존 앞에 그딴 투정 따위가 발 디딜 틈이 없긴 했다만 ㅋㅋ
아 진짜 정해진 게 싫다.
그렇다고 스스로 하겠다고 정한 일은 또 기가 막히게 지키긴 한다. 차이가 있다면 '다른 사람'이 엮여있는 정해진 일이랄까? 그게 싫다. 복싱레슨이 오전 10시 30분인데 레슨 요일과 시간이 다가오면 가기 싫은 이유, 복싱이 몸에 해로운 이유, 복싱클럽의 단점 들 열댓 가지는 머리에서 금세 리스트업 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직도 등록을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요일별 연재를 하지 않는다.
한번 해봤더니 영 불편하다. 어떤 브런치 작가들은 두세 개씩 연재를 잡아서 브런치북을 쓰던데 참 재주들도 좋다 싶다.
나는 일정과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대로 쓰고 싶다. 그래서 만약 다시 브런치북을 발행한다면 '제목으로 끝말잇기 2'일 것이다. 물론 '약속을 지키라'는 브런치스토리 측의 친절한 안내 알림을 매번 받게 되겠지만.
아, 그거 싫다.
그런 알림 안 보냈으면 좋겠다. 그냥 내가 알아서 쓰고 싶은데 무슨 알림이냐. 연재가 아니라도 한동안 안 쓰면 또 글 쓰는 습관이 어쩌구 하는 알림이 온다.
내 습관은 내가 알아서 한다.
그래서 분기에 한 번씩은 브런치를 콱 탈퇴할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휴대폰에 앱을 삭제하고 다시 깔기를 한 것도 아마 열댓 번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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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읽지도 않고 자기 존재를 알리려 라이킷만 박고 다니는 사람들 여전히 달갑지 않다. (발행 2~3초 만에 라이킷이 말이 되는가?) 댓글에 자기 브런치 홍보글 쓰고 다니는 사람도 별로다. 바로 삭제한다. (브런치에 차단 기능은 왜 없나?) 그래서 폰에 브런치앱을 없앤 기간들이 한동안 있었다.
글감이 없다고, 안 써진다고 했던 징징대던 때도 지나고 어느덧 208번째의 글을 쓰고 있다. 지금도 내가 더 이상 쓸 글감이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쓸데없는 감정은 흘려버리고 재미있게 쓰면 되긴 하겠지만 매너리즘에 사로잡힌 것 같기도 하다. 하긴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쓸데없는 압박감을 느끼거나 더 이상 재미가 없어지면 언젠가 브런치 바닥(?)을 홀연히 떠날지도 모를 일이다.
모든 일에 끝이란 있으니까.
아, 작가와의 만남은 한번 해보고는 싶네. 내가 출간작가는 아니지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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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9.토요일에 글 제목 수정함
브런치 탈퇴할까? ➡️ 연재 브런치북 안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