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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디언 Oct 17. 2024

캠브리지의 칼리지들과 Hughes Hall

이 여행 갈 수 있을까? 8

으윽! 절로 신음소리가 나온다. 

어제도 너무 많이 돌아다녔는지 아침에 눈을 뜨니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이 여기저기가 뻐근하게 근육통이 느껴진다. 

눈을 뜨자마자 날씨 앱을 열어 오늘의 날씨를 체크했다. 

다행히 비소식은 없다. 

오늘은 대망의 이사 날이다. 

몬트리올부터 캠브리지 까지 온 진짜 목적은 딸아이의 이삿짐을 옮겨주는 일이었다. 

지금 숙소에서 기숙사까지의 거리는 걸어가면 20-25분 정도 가는 거리여서 우리가 짐을 끌고 가 볼까 생각해 보았지만, 유럽의 길 상태가 아스팔트뿐 아니라. 벽돌로 깔려있기도 하고, 공원의 숲길도 걸어야 해서 우리는 우버를 불러 이사하기로 했다. 

 

31개 College coat of arms


휴즈홀(Hughes Hall)

앞에서도 말했지만, 캠브리지는 31개의 컬리지(31 Colleges)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 딸아이가 공부할 컬리지는 휴즈홀(Hughes Hall)이다.  휴즈홀은 1885년에 설립되었으며, 원래 여성에게 고등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져 캠브리지에서 여성 학생을 처음으로 수용한 대학 중 하나이다.  현재 휴즈 홀은 21세 이상의 학부생 200명과 80 개국에서 온 다양한 전공의 700명 이상의 대학원생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 대학의 첫 번째 원장은 엘리자베스 필립스 휴즈(Elizabeth Phillips Hughes)였으며, 그녀의  이름을 따서 대학이 설립되었다. 


대학의 주요 건물은 19세기 후반에 고딕 리바이벌 스타일로 지어져 우아한 외관과 고전적인 요소를 잘 보여주고 있고, 섬세한 디테일과 장식적인 요소가 너무나 영국식으로 느껴졌다.  대학 캠퍼스 내에는 혁신과 실용성을 강조한 현대적 건축물도 있어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공간이었다. 

아이의 기숙사 방은 대학원생들만 머무는 구 건물의 2층이었다.  영국에서는 지하가 0층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3층에 해당한다.

캠퍼스 입구에 포터들의 사무실에서 학생증도 받고, 행정적인 절차를 설명받은 후 Rosey라는 이름을 가진 조금은 무뚝뚝하고, 사무적인 전형적인 영국 아줌마의 뒤를 따라 딸아이의 방으로 안내되었다. 

큰 창문과 장식적인 기둥, 그리고 고딕 스타일의 아치가 인상적인 좁은 복도와 계단을 오르면서 참 영국 스런 건물이다 생각이 든다. 



복도와 연결되어 있는 하얀 문이 세 개가 있다. 가운데 문을 열고 들어가니 카펫이 깔린 넓은 방이 나왔다. 

방 한쪽에는 사용하지 않는 벽난로가 장식장처럼 놓여있고, 그 옆으로는 옷을 걸 수 있는 옷장(Closet)이 있었다.  격자무늬 창문을 통해 환하게 빛이 들어오고, 창가 앞에는 꽤 넓은 책상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방 중앙에는 더블베드가 놓여있고, 음료수 몇 병만 들어가면 꽉 찰 작은 냉장고에  개인전용(Private) 화장실 겸 욕실이 있다. 

가구들은 학교에서 제공해 준 것만 사용해야 하며, 규정상 추가적인 가구구매는 불가능했다. 오래된 건물이라 전압의 문제가 있어서인지 개인주전자나 헤어드라이기 같은 소형 전자 제품조차도 사용이 제한되어 있다. 

그래도 혼자 살기에는 꽤나 쾌적한 사이즈의 방이었다.

외부인은 당연 출입이 금지되지만, 가족이나 친구의 방문은 3일까지 허용된다고 했다.  부엌, 세탁실을 포함해서 도서관, 학생회실 등등 건물 내부를 안내받은 후 학생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학식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반가웠다. 

커피는 무한 공짜라니, 놓칠 수 없는 혜택이었다.  

학식은 칼리지 어카운트에 미리 금액을 충전해 두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커피로 입가심까지 하고 캠퍼스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마치 영화 ‘비밀의 정원(Secret Garden)’속 한 장면 같은 비밀스러운 공간들도 보였다. 


캠브리지에는 영국의 전통 스포츠인 크리켓팀(cricket)이 유명하다고 했다.  크리켓을 할 수 있는 초록들판은 아름드리나무가 둘러싸고 있었는데, 경기를 관람하기보다는  돗자리를 펴고 낮잠을 자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평화로웠다.


이제 짐을 옮겨야 할 차례였다. 기숙사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우리 집 두 남자(남편과 아들)의 튼튼한 근육(Muscle)이 필요했다.  

끙끙거리며 좁은 계단에 짐을 거이 끌다시피 해서 옮겨고 나니, 이제 숙제를 마친 듯  홀가분했다. 

한 두 달 짧은 시간 떨어져 있었던 경험은 있었지만, 이렇게 긴 기간 동안 딸아이와 떨어져 있는 것은 처음이라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그래도  아이가 어디서 공부하며, 어디서 머물며 어떻게 생활할지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Rosey는 식료품점, 특히 한국 식품점의 위치와 , 간단한 생활용품을 살 수 있는 쇼핑몰까지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우리는 그녀가 알려준 곳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들판처럼 넓은 공원에서 영국사람들의 한가로운 오후를 엿볼 수 있었다.

영국의 상징 빨간색 이층버스와 캠브리지의 상징인 자전거들


늦여름의 햇살과 푸른 하늘, 살랑거리는 초가을의 청량한 바람과 돗자리도 없이  아무렇게나 가방을 던져 놓고 자유롭게 풀밭에 누어 책을 보는 사람,  반려견과 공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자전거 타는 사람, 아이와 피크닉을 즐기는  가족들.

이 모든 것을 누리게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한다. 

저녁거리를 사들고  숙소로 돌아와 내일의 여정을 준비하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파리로 떠난다. 파리에서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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