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 갈 수 있을까? 9
드디어 파리로 출발하는 아침
설렘의 첫 발걸음
맘이 설레어서인지 어젯밤에 기차 안에서 먹을 도시락도 준비해 두고 아침에도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준비를 했다.
파리의 여행은 내 학창 시절의 로망이었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대학을 가기 위해 ‘학력고사’를 치르는 시기였다.
그때는 논술도 새롭게 도입되고, 학력고사에 제2외국어도 필수로 치러야 했던 시기라 우리 학교에서는 독어와 프랑스어를 제2 외국어로 배우고 있었다.
나는 불어를 선택했다. 지금도 프랑스어를 선택한 것을 잘한 일 중에 하나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의 학창 시절을 풍성하게 해 주셨던 선생님 중 두 분이 프랑스어 선생님이셨다.
한분은 1-2학년까지 프랑스어를 가르쳐주신 ‘사바(Ça va)' 선생님, 그리고3학년때 프랑스어를 가르쳐주신
‘나비부인’ 선생님이시다.
난 이 두 분 덕에 불어시간이 너무나 즐거웠다. 비록 40년이 지난 지금은 거의 모든 것을 잊어버렸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때 느꼈던 프랑스어가 가진 소리에 나는 매료되었고, 나와 함께 프랑스어에 매료되었던 베스트 프렌드는 결국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그 후로 나는 프랑스, 그중에 파리로 여행하는 것을 나의 버킷리스트에 올렸다.
사실 우리 가족은 2020년에 영국 런던과 파리를 갈 계획을 세웠었다. 하지만, 그 해에 COVID-19 팬데믹으로 여행이 무산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 파리 여행은 나에게는 무척이나 설렘이 되고 의미도 있다.
마치 나는 영화 "Mrs. Harris goes to Paris" 에 나오는 Mrs. Harris 된 것처럼(- 그건 너무 과장일지도)
서둘러 가족들을 깨우고, 숙소를 정리하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캠브리지 기차역은 생각 보다 숙소에서 가까워서 도착하니 1시간이란 시간이 남았다. 나의 설렘만큼 내가 너무 서둘렀나 보다.
다행히 역 근처에 아들이 멤버십을 갖고 있는 공용오피스 (Share office- WEWORK)가 있어서 커피 한 잔을 그곳에서 하면서 간단하게 파리의 여행 계획을 세웠다.
일단 캠브리지 기차역에서 런던의 St Pancras International Railway Station으로 가서,
파리까지는 Eurostar train을 이용하여 가기로 했다.
영국의 기차역은 우리의 기차역에 비하면 특별할 것도 없는데도 괜스레 의미부여도 되고 낭만이 2배쯤 오르는 것은 내가 영화 ‘ 해리포터’ 덕후이기 때문일까?
해리포터에 나오는 지긋하게 나이 드신 역무원 아저씨의 유니폼도 영화에 나온 모습과 비슷하여 익숙한 느낌이 든다.
기차에 탑승한 사람들이 적어서인지 기차 안은 쾌적했고, 흔히 보이는 유럽의 시골과 추수가 지난 들판을 보면서 1시간 30분가량 기차 여행을 했다.
St Pancras역에 도착하니 사람들로 어찌나 분주하던지 혼이 빠질 것 같다. 개찰구를 지나니 공항처럼 보안 검색대(security check) 가 있어 여권과 보딩패스와 짐을 검사했다.
한국은 열차를 타고 국경을 넘는 일이 없고, 캐나다도 미국행 열차를 타고 가면 모를까
동서 횡단 기차를 탈 때 여권 검사가 없다. 비행기를 타는 것과 같은 이런 절차들이 내게는 생소하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기차를 기다리는 대기실에는 벨기에의 수도인 브뤼셀로 가는 사람들과 우리처럼 파리로 가는 사람들 그리고 짐들로 뒤엉켜 있었다.
탁한 공기와 냄새들, 비좁은 공간과 사람들의 시끄러운 소음으로 가득 찬 대기실에서 평소 같았으면 투덜거렸을 나였지만, 이번에는 내 생애 처음으로 파리를 간다는 들뜬마음이 이 모든 불편함을 덮어버렸다.
드디어 기차에 탑승을 하고 셀렘과 함께
All aboard!
기차 여행의 간식은 뭐니 뭐니 해도 삶은 계란과 사이다가 아닐까? 우리 세대는 그랬다.
그래서 전날 남은 달걀을 삶아놓고, 칠성 사이다 대신에 세븐업을 사서 가방에 넣어놓았다.
이제 그것을 꺼내 먹을 타임!
삶은 달걀냄새가 심하게 나서 깜짝 놀랐다. 원래 이렇게 냄새가 심했던가! 평소에 느끼지 못했었는데… 배도 고프지만, 냄새 때문에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낭만도, 추억도 챙길 겨를 없이 급하게 먹어버렸다.
너무 설레어서 전날밤 잠을 설친탓인지 졸음이 온다. 그렇게 깜박 잠이 든 채 2시간 30분을 달려서
파리의 북부역(Paris Gare du Nord)에 도착.
파리 올림픽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역에는 무장한 경찰들과 심지어 군인들도 보였다. 여행객들의 안전과 치안에 엄청 신경을 쓰는 것이 역력히 보여서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왜냐하면 파리 북부역(Paris Gare du Nord)은 소매치기와 범죄가 많은 곳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마음이 불안했었다.
역을 빠져 밖으로 나오니 우리 친정어머니 늘 말씀처럼 명동보다 더 복잡하게 사람들과 차량들이 엉켜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실정이었다.
우리는 불편하기는 했지만 큰 도로까지 가서 우버를 잡기로 하고 걸어갔다.
다행히 우버 기사가 빨리 와 주었고, 우리는 호텔로 향했다.
내가 파리에 오다니!
믿기지 않았지만, 차창밖의 파리의 풍경이 현실감으로 나를 이끌고 갔다.
호텔에 도착하니 통창밖, 저 멀리에서 프랑스와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이 엄지 손가락 크기만큼 보인다.
나의 버켓 리스트에 체크마크! ☑☑☑ Mon amour, Pa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