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 갈 수 있을까? 10
호텔 체크인을 하고 여행짐들을 방에 던져 넣다시피 하고는 바로 나와 센 강(La Seine)에서 배를 타고 석양을 보기로 했다.
배를 타기 위해 부두에 도착했을 때 우리가 만난 것은 거대한 철탑, 프랑스의 상징이자, 파리의 이정표인 에펠탑이었다.
파리에 오기 전부터, 아니 그 옛날부터 유명한 에펠탑이기에 하도 많이 듣고 간접적으로 보고해서 별 감흥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내 눈으로 직접 만난 에펠탑을 보며 나는 입을 틀어막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보다 거대했고, 그 크기만큼의 감동이 밀려왔다. 귀로만 들어왔던 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정말 말해 뭐 해!
선착장으로 향하는 내내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를 보기 위해 모여들고, 세계 각지에서 찾아오는 이유를 단번에 납득하게 만드는 에펠탑은 마치 자신의 존재감을 당당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 프랑스인들이 왜 그리 콧대를 높이 들고 다닐 수 있는지 그들의 자부심과 긍지를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배에 사람들이 승선하고 함께 배를 탄 사람들도 나 만큼 들떠있는지 분위기는 파티장에 온 것 같다.
저녁 강바람은 선선했고, 오래된 샹송(Chanson)은 파리의 밤의 낭만을 더해 주었다.
파리의 밤은 그야말로 빛으로 가득 찬 '빛의 도시' 그 자체였다. 역사를 간직한 건물들은 은은한 조명을 받아 더욱 기품 있게 빛났고, 그 속에 담긴 옛이야기들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파리의 유명한 건물들을 스쳐 지나갔지만, 안타깝게도 설명을 들을 기회는 없었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밤의 노트르담 대성당(Cathédrale Notre-Dame de Paris)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사람이 너무 많아 반대편에서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유람선이 돌아오지 않는 코스라 결국 아쉬움을 남긴 채 지나쳐야 했다.
배를 타면서 센 강(La Seine)을 가로질러 파리의 야경을 구경한 것은 아주 잘한 것 같다.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혹시 파리 여행을 생각 중이시라면 이 코스를 일정에 넣어보시는 것도 추천해 드린다.
배에서 내려 본격적으로 에펠탑을 안으로 들어갔다. 해가 일찍 지는 가을이라 그런지 벌써 조명들이 켜지고, 불빛을 받은 에펠탑은 더욱 화려해 보였다. 그 자태는 마치 무대 위를 걷다 마지막 걸음을 마친 패션모델이 한껏 뽐내는 느낌이랄까?
에펠탑 밑에 들어가 사진기를 바닥에 놓고 기념촬영을 했다. 역시 멋지다.
아쉬움에 숙소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파리의 밤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이 유난히 크고 밝게 빛났다.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 The starry Night)'에 함께 나오는 달이 생각난다.
낭만으로 가득 찬 충만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