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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주는 집주인

16

by 코리디언

[Episode 16] — 와인 주는 집주인



황소뼈도 무른다는 삼복의 더위가 지나고, 알록달록한 단풍의 시즌도 지난 초겨울,

바깥의 공기는 아주 차다. 숨을 들이쉬면 코가 붙어버리고, 목구멍도 칼칼하다.

이곳으로 이사한 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매월 1일은 집세(Rent)를 내야 한다.

집세를 내는 방법은 세입자별로, 아파트 회사별로 다르다.

우리 아파트는 개인수표를 주로 받고, 심지어는 현금( Cash)으로도 집세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코비드 펜데믹동안에 시스템이 바뀌어서 온라인을 통해서도 집세를 낼 수 있게 되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개인수표( Personal Cheque)를 사용한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사무장인 포르투갈 출신의 그레이스가 그녀의 특유의 포르투갈 악센트로 인사를 한다.

‘봉쥬르, 하이!’


내가 아파트 몇 호에 사는지는 모르지만, 동양인이 많이 살고 있지 않은 이 아파트에서 우리 가족을 알아보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달 월세를 내러 왔다며 수표(Personal Cheque)를 내밀자, 그레이스는 ‘메르시( Merci)”라고 하며, 카운터 밑에서 주섬주섬 덜그럭 덜그럭 소리를 내는 것이 무척 분주해 보였다.

피가 몰려서 인지 불그스레한 얼굴을 보이며 양손에 와인을 들고 카운터 위로 얼굴을 내밀었다.

"화이트와인을 줄까? 레드 와인을 줄까?"

이게 웬 떡이람?


한국은 옛날에 연말이면 세입자들이 집주인에게 집을 빌려주어서 고맙다는 뜻으로 선물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캐나다는 집주인이 세입자들에게 자기 건물을 이용해 주어서 고맙다는 뜻으로 조그만 선물을 한다. 그것도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나는 그동안 운 좋게 좋은 주인들을 만났나 보다.

캐나다 중부인 마니토바에 살 때에도 기숙사를 나와 첫 셋집에 살 때 주인이 크리스마스쯤에 선물을 가지고 왔던 기억이 있다.

그때에도 집주인이 선물을 가지고 온 것에 대해 의아해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캐나다는 역시 사회주의 국가인 것 같아
많이 가진 사람은 나누고 베풀고 사는 것을 미덕으로 삼고, 그것이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 아니야, 캐나다는 사회민주주의적 자본주의 국가야!.
사회주의 국가처럼 보이지만, 자유민주주의와 사회복지가 균형을 이룬 것뿐이야.
정말?


돌아오는 길에 남편과 나눈 대화다.




나는 캐나다가 사회주의 국가라고 생각했다. 사회주의란 자본주의의 부작용(불평등, 빈부격차)을 완화하고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자는 사상이다.


그게 그거 아닌가?


캐나다는 스웨덴, 노르웨이와 같이 시장경제는 유지하되 복지를 강화는 사회민주주의(Social Democracy) 즉, 사회민주주의적 요소(social democratic elements)를 많이 포함한 자본주의 국가이다.

캐나다가 사회주의 국가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아마도 부의 분배와 복지 정책 때문인 것 같다.


부의 분배는 소득이 많은 사람은 세금을 많이 내고, 그 세금으로 경제적 소득이 적은 사람들도 의료나 교육의 기회와 혜택을 동일하게 누릴 수 있게 해 준다.


캐나다의 소득세율은 연방 세율(federal tax rate)과 주(혹은 준주) 세율(provincial/territorial tax rate)을 합산해서 계산된다. 즉, 사는 주(州)에 따라 전체 세율이 달라진다.


연방세율은 소득에 따라 연 소득이 $0 ~ $57,375이면, 15.0 % ,$57,375.01 ~$114,750이면 20.5%, $114,750.01 ~ $177,882이면, 26.0 % $177,882.01 ~ $253,414이면, 29.0 %

$253,414.01 이상이면 33.0 % 이다.

거기다 사는 주에 따라 세율이 다르니, 내가 사는 퀘벡주에서는 $0 ~ $53,255 : 14.00 %,

$53,255.01 ~ $106,495 : 19.00 %, $106,495.01 ~ $129,590 : 24.00 % $129,590.01 이상 : 25.75 % 세금이 추가징수된다. (자료출처: Fidelity Investments )


예를 들면 퀘벡에서 연소득이 $80,000이라면, 실제로 세금(연방 + 퀘벡 주)을 약 26 % 정도 내는 셈이며, 실수령액(세후 소득)은 약 $59,100 CAD 정도가 된다.

소득이 많으면 많을수록 세금은 높다. 물론 세금공제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있으나 실제로는 더 복잡한 요소들이 개입하고 있어 나머지는 전문 회계사들에게 맡기는게 좋겠다.


복지정책에서 캐나다는 복지와 평등을 중시하는 사회민주주의적 정책을 강하게 시행하는 나라로 모든 국민이 기본 의료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보건의료 (의료보험 시스템) 시스템이다. 민간보험보다는 공공의료제도(Medicare) 중심으로 운영된다.

이는 1960년대 NDP(New Democratic Party, 신민주당)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영향을 받아 발전했다. 사회제도로는 실업수당, 아동수당, 노령연금 등 복지정책이 매우 잘 갖추어져 있고, 교육, 주택, 사회서비스에 대한 정부 보조금도 많다. 또한, 노동자의 권리 보호, 노조 활동 보장, 환경보호 정책이 강화되어 있다.

여하튼 이러한 이유로 나는 캐나다가 사회주의 국가라는 오해를 했던 것 같다.

캐나다는 총 13개의 주(provinces)와 준주(territories)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에 평등과 연대를 중시하는 프랑스계 공동체 중심 문화와 사회민주주의·노동계 정당의 영향력이 강한 정치적 흐름과 복지·노동권 강화 및 프랑스어 유지 정책을 포함한 문화·언어등 공공서비스를 정부가 주도하는

퀘벡이 좀 더 사회주의 성향이 강한 것 같은 느낌이다.




술을 먹지 않는 우리 집은 뜻밖의 선물인 와인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고기 양념할 때 쓰면 되겠네" 남편이 말했다.


바깥공기는 차지만, 초겨울 하늘은 밝은 코발트 빛에 구름 한 점 없다.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톡 치면 쨍하고 깨질 것’ 같은 겨울 호수 같다.


그래, 기분이다. 오늘 저녁은 와인에 절인 스테이크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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