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차장의 퇴사 그 후 삶에 대해 12편
내가 있었던 부동산(기획 부동산)에서는 직책 없는 일반직원을 매니저님이라 호칭했었습니다.
어느 날 저를 포함해서 입사한 지 3개월이 다되어가는 매니저들을 부르더군요.
장소는, 회사에서 판매하는 토지가 있는 물건지였죠.
KTX 교통비며 식대, 돌아오면 청량리역에 오후 6시 정도가 된다고 해서,
바람도 쏘일 겸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게 입사 3개월이 되어가는 직원들 중 계약이 없는 이들에 대한 최종 푸시였던 셈이었는데
말이죠..
그렇게 강원도에 가는 기차에 올라, 모처럼 바람을 쏘이는구나 하는 설렘이 잠시 있었습니다.
그 지역 유명한 출렁다리도 건너 보고, 점심에 옥수수 막걸리에 식사도 하고 나름 즐거웠었던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다녀온 후 어제 보고 온 그 지역이 그렇게 관광지로 개발이 되고 KTX 접근성도 좋은 지역이고
눈으로 직접 보고 왔는데, 아직도 계약할 의사가 없는지 묻더군요.
"그럴 돈 있으면 서울에 빌라 하나 사겠다"는 생각이 강했던지라, 저의 답은 한결같았었습니다.
아, 여기서도 이런 곳? 에서도 잘리는구나..
점심시간에 짐 싸서 나왔습니다.
앞으로 부동산 쪽에 일 자리를 구할 때 어떤 점을 봐야 되는구나 정도는 적어도 확실히 배웠던 것 같았습니다.
그때가 작년 12월 초였습니다.
거리에 크리스마스 캐럴이 나오고 저 빼곤 다들 웃는 표정으로 지나는 행인들만 있는 것 같았던
그때였습니다.
이제 또 뭘 해야 하나..
이젠 실업급여도 없는데,
지난 7개월 여 동안 달라진 것이 없이 다시 도돌이표처럼 원점으로 돌아온 듯했습니다.
시간만 허비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올 크리스마스를 웃으면 보낼 수 있을까?
내년 설 연휴에 웃으면서 가족들을 만날 수 있을까?
다시금 막막한 터널의 입구에 서 있는 듯 한 느낌이었습니다.
여태껏 지난 몇 달 동안, J일보 차장. 대기업 사무직 출신.이라는 그림자를 내려놓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내가 아직도 대단한? 혹은 사람들이 알아주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란 착각을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더 이상 나는 기술도 없고, 세상에서 인정해 주는 그 무엇도 없는 그냥 평범한 마흔 중반의 장년인데.
주제넘게 생각했고, 세상을 너무 만만히 봤던 것은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럴싸? 한 일 말고, 할 수 있는 그냥 뭐던 해 보자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강하게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