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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밀 Jul 03. 2024

휴식을 반갑게 맞이하려면,

24-06-16 | 아쉬탕가 요가일지

 

일요 마이솔 1 Round 마지막 수업 (아쉬탕가 LED 프라이머리)


1.

알람에 눈을 뜨는 그 순간부터 묵직함을 느꼈다. ‘오늘 요가 잘 안될 것 같네’ 예상하며 수업 전 몸풀기를 하는데 이미 동작이 둔하다. 시작부터 무서웠다. 우리 요가원은 통창으로 해가 참 잘 들어오는데 여름 오전의 빛은 확실히 다르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수련실은 후끈후끈, 숨이 턱 막힐 때도 있다. 이것이 바로 여름의 수련이군.

얼마 되지 않아 ‘아아아아 힘들어’라는 말만 머릿속으로 되뇌면서 나바아사나 이후의 잠깐 쉬는 타임만 애타게 기다렸다. (나는 쪼렙이라 부자피다아사나부터 쿡쿠타아사나까지 다섯 동작을 쉬고 밧다코나아사나부터 합류한다.) 드디어, 온몸을 타고 흐르는 땀을 닦으며 한숨 돌리는 그 시간이 왔다. 정말 너무 행복하다. 오늘의 수련 중 가장 순수한 기쁨을 느낀 순간이다.


시퀀스를 이어가는 다른 도반들을 관찰하며 ‘나중엔 나도 저 어려워 보이는 아사나들을 다 해야 할 때가 올 텐데, 우짜노… 힘들겠다… 다들 파이팅…’ 뭐 이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들과 함께, 조금 기운을 차리고 나면 선생님의 다음 구령을 따라가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테크닉은 체력에서 나온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백번 이해하게 된다.


그렇게 나만의 1부를 끝내고 2부를 이어가며 문득 스치는 생각,

‘1부의 그 밀도 있는 시간 덕분에 휴식이 이렇게나 달콤할 수 있는 거구나.‘

잠깐의 쉼이 이토록 반가운 것은 그만큼 최선을 다하고 애쓴, 지난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완벽하진 않았다. 하지만 한 동작 한 동작에 들인 정성과 계속해서 흐트러지는 정신을 다 잡으며 집중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삶에도 곧장 대입해 본다. 하던 일을 잠시 멈춘 동안 느끼는 행복과 기쁨의 순도는 내가 살아온 그 이전의 시간에 달려있다. 매일 정신없이 일만 좇으며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매 순간 집중이 필요한 수련처럼, 깨어있는 순간의 연속성을 높여야 한다. 그런 충만한 감각을 가득 채우고 나면 무언가 특별히 하지 않아도 ‘휴식’ 그 자체를 순수하게 즐길 수 있다. 그 이상의 채움의 욕구나 불안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2.

오늘의 선생님 말씀

- 체력이란 ‘힘이 좋은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잘 버텨내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배고픔, 추위, 더위, 화장실 가고 싶은 것을 잘 참아내는 것도 체력이 좋은 것이다. 스트레스가 없는 삶은 곧 죽은 것과 마찬가지이며 체력을 길러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조절하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 아쉬탕가의 핵심은 강약조절이다. 힘이 계속 빠져 있는 건 당연히 안되고 그렇다고 힘을 계속 주는 것은 안된다. 힘을 적절히 줬다 빼는 강약조절을 통한 흐름을 만들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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