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0-20
일요일 아침 일찍, 교대 앞 카페에 독서 모임이 있는 남자친구를 따라 같이 나섰다. 나는 맞은편 스타벅스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부산 토박이인 나에게도 교대 정문 바로 앞 동네는 조금 낯설다. 차로 지날 수 있는 동선이나 특별한 볼 일이 없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코너에 쏙 들어가 있는 노란빛을 띤 조그마한, 그래서 귀여운 느낌이 드는 스타벅스다. 2층 창가자리엔 기분 좋은 채광이 들고 단풍이 들어가는 나무들도 볼 수 있어 마음에 쏙 든다. 일요일 아침 모자 푹 눌러쓰고 앉아 마음 편히 글도 쓰고 일을 하기 좋은 공간이다. 1시간 조금 넘게 지나니 혼자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온 사람들로 하나둘 자리가 차기 시작한다.
어젯밤 새벽 3시 너머 잠에 들었기에 충분한 수면을 선택하거나 걸어서 몇 분 거리의 단골 스타벅스에 가는 선택지도 있었다. 하지만 아침잠이 누구보다 많은 내가 겨우 잠을 쫓아내며 따라나설 만큼 새로운 공간, 특히 새로운 동네의 새로운 카페를 경험하는 일이 정말 좋다. 불과 차로 20분이면 올 수 있는 거리지만, 그래도 이 낯선 곳에서 이방인이 되어 잠깐 동안 여행을 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일상 속 환기가 된다.
오늘처럼 큰 기대 없이 찾아온 공간에서 꽉 찬 시간을 보내고 나면 남은 하루도 충만하고 따듯하다. 약간의 수고로움과 커피 한잔으로 벌써 하루를 가득 채운 느낌인데, 아직 12시도 채 안되었다니!
일요일 아침만이 줄 수 있는 이 여유로움을 자주 찾으러 다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