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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 아빠 Apr 23. 2022

EP6. LED로 바꿀까 고민 중입니다.

햇살 가득한 오후

띠 띠띠 띠띠띠 띠리릭~

모니터 화면을 보며 바쁘게 뭔가를 정리하고 있는데 빨래 건조기 종료 알람이 울린다.

'으, 바빠 죽겠는데...'

어찌저찌 부랴부랴 하던 일을 마무리 짓고 건조기에 따뜻한 빨랫감을 거실에 던져 놨다. 한 번에 다 옮기지도 못할 뽀송뽀송한 옷가지들을 보며 순간 추억에 잠긴다.


'건조기 없을 때 어떻게 저 많은 빨래를 매일 털고 널고 했지?...'

세탁기에서 탈수된 빨랫감을 두 개의 건조대에 모두 널려면 공간을 최대한 확보해야 했다. 건조대에 하나하나 각 잡고 오와 열을 칼 같이 맞추곤 했다. 세녀석이 지금 보다 완전 어렸을 때는 어찌나 자잘한 빨래들이 많았는지... 때문에 아내와 서로 미루며 당신이 널어, 아니야 이번에는 당신 차례야, 내가 왜 널어 어제 했잖아, 그렇게 서로 등 떠밀었었는데...


이렇게 세상 좋아졌는데도 단지 다 마른 빨랫감을 개기만 하면 되는 걸 바쁘다는 이유로 불평불만이다.

참고로, 아이들이 많은 집은 거의 비슷하겠지만, 우리 집에 들어온 가전제품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중노동으로 아름답게 생을 마감하곤 한다. (예: 세탁기, 건조기, 식세기, 청소기, 밥솥... 그리고 최근 고장 나기 일보 직전인 로봇청소기)

불평불만에 노동쟁의까지 불사할 녀석들이 이렇게 따로 있는데도 고마움을 망각하곤 한다.


그래, 좀 여유 있게 하자, 털썩 주저앉아 던져놓은 빨랫감을 하나둘씩 집어 개기 시작한다. 모니터만 보고 있어 인지하지 못했는데 거실 창문 밖으로 햇살이 가득하다. 마음껏 들어와라, 창을 열어 한 움큼 맞이한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니 거실 가득 황금빛으로 부서진다.


그렇게 햇살 맞으며 기지개를 쫙 켜는데 애꾸눈 된 지 오래된(아마 약 한 달 정도 된 것 같다) 형광등이 눈에 들어온다. 아내와 아이들이 벌써 몇 번째 말했는데 안정기가 나간 거라 당장 못한다며 미루다 늦어진 것이다. 마침 부품도 사놨겠다, 생각난 김에 팔 걷어 부치고 공구통을 가지고 온다.


안정기가 주기적으로 고장 나고 있어 손에 익은 작업이다. 사실 두꺼비 집을 내려야 하지만 집에 현재 아무도 없으니, 전원만 올리지 않으면 된다며 그대로 뜯어 재낀다. 오만한 안전불감증이다.

자만심으로 역시 멋지게 안정기를 교환했다. 하하하 이 정도쯤이야, 자신감에 피스를 꾹꾹 눌러 돌렸더니..."뚝"... 형광등 소켓이 부러져 버렸다. 결국 오만함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아... 30분 만에 끝날 작업이... 지체될 시간에 조바심이 올라온다. 등줄기에 땀이 쭈욱 흐른다. 그래도 한번 시작한 작업은 끝을 봐야 한다. 차를 몰고 급히 전파상으로 간다.

"안녕하세요? 이거, 형광등 소켓 있지요?"

당연하듯 물었지만,

"아, 저희는 형광등 부품은 없어요. LED만 있어요"

아니 이런... 한동안 잊었던 머피의 법칙이 떠오른다.

이후 두세 곳을 더 돌아보니 겨우 겨우 구해진다.


갑자기 진행한 형광등 작업에 계획했던 일들이 틀어져 버리니 강박이 몰려온다. 소켓에 피스 몇 개 끼우면 되는 건데 자꾸 떨어뜨린다. 자그마한 녀석이 어디로 그렇게 도망가는지, 엎드려 연신 두리번 두리번이다. 서두름에 땀이 송글 송글 맺힌다. 그래도 작업 완료 후 환하게 비춰지는 결과물을 보니 시원하긴 하다


공구통을 정리하고 한숨을 돌리며 바쁨과 여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다.

'바쁘게 열심히 사는 건 좋은데, 여유 있는 일상도 그렇게 원하던 거 아니었어?...'

회사를 그만두고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낸 날짜가 손에 꼽을 정도다. 가족여행조차 빡빡한 일정으로 다녀왔으니... 사실 형광등에 관해서도 아내와 아이들이 어둡다며 LED로 바꾸자 했지만, 아직은 쓸만한 형광등 시스템에 고민하는 척 바쁨에 뒤로 미뤘었다.


그래, 초심으로 돌아가자. 사랑하는 가족이 원하는 걸 해주자. 뜯지 않은 형광등 네댓 개, 안정기 두어 개만 소비되면 LED 시스템으로 싹 갈아버리자. 이제 여유를 좀 갖자.


핸드폰을 한참 동안 뒤적뒤적, LED 부품 몇 개를 장바구니에 우선 담아본다.

계획된 다른 할 일들이 한참 지연되지만, 이젠 상관없다.




혹시 추천해줄 만한 LED 조명 시스템 알고 계시는 분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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