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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소리로 학교를 채우다

합창대회

by 가온슬기

예술교육 프로그램은 어린이에게 공연, 발표, 또는 포럼 등의 형식으로 예술에서 배운 내용을 발표하는 기회를 제공했을 때 가장 효과적이었다.


(앤 뱀포드, 예술이 교육에 미치는 놀라운 효과)




6월, 새하얀 교복을 꺼내서 입어보는 시간.

더워지는 날씨에 짧은 반팔의 새하얀 블라우스를 입고 등교를 하며 지희의 마음은 설레임으로 부푼다.


학교에서는 반 아이들끼리 합창 준비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담임선생님과 음악 선생님이 곡을 정하고

아이들이 하교 시간에 맞추어 연습을 한다.학교 복도는 서서히 아이들의 설레임과 가곡을 부르는 소리로 차오르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집에 돌아가면서도 버스를 타면서도

노래를 흥얼거리고 가사를 외우느라 여념이 없다.


시민회관에서 합창대회를 하기 전까지의

한 달은 그야말로 가곡의 향연.


6월의 아직은 시원하면서도 청명한 날씨와

까끌한 재질의 새하얀 교복의 질감과

학교의 복도를 채우는 노래 소리의 공명감은

왁자지껄한 그냥 여자중학교인 지희의 학교가

음악의 선율로 물들어가는 시간.


누가 지휘자가 될까 누가 반주자가 될까

서로 시기하고 질투했다는

아이들의 화장실에서의 이야기들을 뒤로하고

아이들의 목소리로만 교실들이 채워지는 이 시간들.

목소리를 하나로 맞춰가며 중학생 여자 아이들간의 시기와 질투, 집안에서의 응어리, 공부에 대한 막연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그러한 시간들이었다.


지희네 반은 <보리밭>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보리밭 사이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아이들은 불만이 조금 있었다. 예시곡으로 받은 <보리밭> 은 좀 선율이 특이하고 <남촌>이나 <에레스뚜> <향수>가 좋을 것 같은데 담임선생님은 굳이 <보리밭>으로 굳혔다.


그 이유는 합창대회 당일에서야 알았다.


합창대회 당일, 아이들은 인천시민회관을 꽉채웠다.

새하얀 교복을 입고 단발머리를 한 여자 중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그 날. 각 반이 경쟁이지만, 수업을 안 하는 날이어서, 학교가 아니어서, 자기 반이 상을 타면 좋겠다는 마음이어서 아이들의 기대에 찬 부푼 마음들이 객석을 채웠다. 각 반 아이들은 무대에서 최선을 다했다.


“ 첫번째는 1학년 10반입니다.”

1학년은 반이 15반까지 있었다.


“첫번째 곡은 <남촌>입니다. ”


두번째 반, 세번째반, 네번째 반도 남촌이었다.


사회자 선배언니가 <남촌>이라는 말을 할 때마다 객석을 채운 아이들의 목소리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남촌>이 너무나 아름다운 노래이지만 5-6번 연속 듣는 것은 고역이었다.


그 다음은 <에레스뚜> 의 반복, <향수>

간혹 <어부가>

지희네 반 담임선생님이 왜 <보리밭 >을 고집했는지 알 것 같았다.


지희네 반 차례, 단상에 올라가 조명을 받으니 지희도 움찔 떨렸다. 열네 살 소녀에게 노란색 조명과 큰 무대, 객석을 꽉 채운 2,3학년 선배언니들앞에 서서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

그렇지만 옆에 다른 친구들이 있고 다같이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누그러지는 자기마음이 지희는 신기했다.


무대 위에서는 생각이 멈춘 것 같았지만 시간은 생각외로 빨리 지나갔고 무대 위의 시간은 찰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 위의 5분을 위해서 한 달 넘게 준비했던 시간들이 열 네 살의 지희에게는 터무니없이 허무하게 느껴졌지만


긴 시간이 지나고서야

그 모든 시간

그 시간을 채운 음악들이

지희의 추억이 된 걸 알았다.



https://m.youtube.com/watch?v=JLuY9n_I2RI&pp=ygUJ67O066as67Ct




https://m.youtube.com/watch?v=0v_oOm2FUw4&pp=ygUG64Ko7L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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