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아이들을 향해 바른말 릴레이를 시작했다.
"예의바르게 행동하자"
"항상 인내심을 가지고 살자"
모두 문장 자체만 보면 맞는 말이었다.
그런데 요즘 스스로에 대해 많이 되돌아보고 있는 중이라 그런지 바른말 하는 내 자신이 왠지 꼴보기 싫었다.
'어휴 말만 들으면 아주 세계 최고 성인군자네. 나 자신도 솔직히 못하면서...'
솔직히 나도 예의 없을 때 많고
인내심 없이 굴 때도 많으면서
매일매일 아이들을 향해서는 세상 옳은 말만 하고 있는 게 오늘따라 왠지 싫게 느껴졌다.
'어휴. 진짜 나나 잘해야 하는데 말만 청산유수다'
'내 직업은 원래 이렇게 늘 아이들을 향해 교화하고 바른 말을 해주는 건데....
늘 이렇게 말하며 살다보면 왠지.....나르시스트나 꼰대가 될 것 같아..'
두려움같은게 들었다.
하루종일 옳은지. 예의바른지. 배려하는지. 이런 걸 눈여겨 보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타인을 볼 때 도덕적 기준도 높아져 가는 게 사실이다.
길 가다 길빵하는 사람을 보면
'왜 주변 사람들은 간접흡연 당하고 있는데 이기적으로 굴지?' 라며 짜증나고,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툭툭 치고 가는 사람들을 보면
'왜 타인을 쳐놓고 사과를 안하지?' 라며 화가 난다.
- 상대방을 배려하는 게 맞는데..
- 타인을 실수로 치면 사과하는 게 맞는데..
교과서에는 그렇게 나오는데!!!!
하.
지적하고 싶다.
고쳐주고 싶다.
매일같이 아이들의 행동과 말투를 눈여겨보며 지도하다보니 일상생활 속에서도 기준에 안 맞는 사람을 보면 거슬린다.
일할 때 아이들 하나하나 세심하게 지도하다보니 그 습관이 자꾸 잔상처럼 남아 일상생활에서도 자꾸 사람들의 언행에 민감하게 된다.
'하 모른척하자'
온 힘을 다해 노력한다.
<스탠스의 변화>
학교 안 - 아이들 언행에 주의깊게 신경쓰며 챙겨주기
학교 밖 - 알아도 모른척, 봐도 못 본척하기
그런데 사람이라는 게 스위치가 온오프되는 기계가 아니다보니 학교에서의 자세가 자꾸 밖에서도 발현된다.
친구는 내게 '그렇게 스위치 온오프가 힘들면 그냥 학교에서도 애들한테 너무 신경써주지마'라고 조언해줬다.
- 모두에게 흐린눈으로 대해봐 -
어쩌면 이게 정답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요즘같은 시대에 내가 아이들 언행 신경써준다고 딱히 누가 고마워하거나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아니 오히려 너무 지도하면 그냥 냅두라고 하는 세상인데;;
그냥 학교 안에서도 둔감하게 살까?
고민이다.
그런데 성격상 그렇게 애들한테까지 못본척하며 살고싶지 않다.
이 아이들은 바뀔 수 있고, 나를 믿고 따라와주는 애들인데 그래도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살펴봐주고 싶다.
다만 그러한 예민함이 일상 속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신경써야 하는 건 나만의 과제인 것 같다.
내게 주어진 숙제같은 것.
인생이란 ,
끊임없이 내 자신을 살피고 다듬어가는 작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