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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희쌤 Sep 25. 2024

바른말 릴레이는 학교 안에서만

아침부터 아이들을 향해 바른말 릴레이를 시작했다.


"예의바르게 행동하자"


"항상 인내심을 가지고 살자"


모두 문장 자체만 보면 맞는 말이었다.


그런데 요즘 스스로에 대해 많이 되돌아보고 있는 중이라 그런지 바른말 하는 내 자신이 왠지 꼴보기 싫었다.


'어휴 말만 들으면 아주 세계 최고 성인군자네. 나 자신도 솔직히 못하면서...'


솔직히 나도 예의 없을 때 많고


인내심 없이 굴 때도 많으면서


매일매일 아이들을 향해서는 세상 옳은 말만 하고 있는 게 오늘따라 왠지 싫게 느껴졌다.


'어휴. 진짜 나나 잘해야 하는데 말만 청산유수다'


'내 직업은 원래 이렇게 늘 아이들을 향해 교화하고 바른 말을 해주는 건데....

늘 이렇게 말하며 살다보면 왠지.....나르시스트나 꼰대가 될 것 같아..'


두려움같은게 들었다.


하루종일 옳은지. 예의바른지. 배려하는지. 이런 걸 눈여겨 보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타인을 볼 때 도덕적 기준도 높아져 가는 게 사실이다.


길 가다 길빵하는 사람을 보면


'왜 주변 사람들은 간접흡연 당하고 있는데 이기적으로 굴지?' 라며 짜증나고,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툭툭 치고 가는 사람들을 보면


'왜 타인을 쳐놓고 사과를 안하지?' 라며 화가 난다.


- 상대방을 배려하는 게 맞는데..

- 타인을 실수로 치면 사과하는 게 맞는데..


교과서에는 그렇게 나오는데!!!!


하.


지적하고 싶다.


고쳐주고 싶다.


매일같이 아이들의 행동과 말투를 눈여겨보며 지도하다보니 일상생활 속에서도 기준에 안 맞는 사람을 보면 거슬린다.


일할 때 아이들 하나하나 세심하게 지도하다보니 그 습관이 자꾸 잔상처럼 남아 일상생활에서도 자꾸 사람들의 언행에 민감하게 된다.


'하 모른척하자'


온 힘을 다해 노력한다.


<스탠스의 변화>

학교 안 - 아이들 언행에 주의깊게 신경쓰며 챙겨주기

학교 밖 - 알아도 모른척, 봐도 못 본척하기


그런데 사람이라는 게 스위치가 온오프되는 기계가 아니다보니 학교에서의 자세가 자꾸 밖에서도 발현된다.


친구는 내게 '그렇게 스위치 온오프가 힘들면 그냥 학교에서도 애들한테 너무 신경써주지마'라고 조언해줬다.


- 모두에게 흐린눈으로 대해봐 -


어쩌면 이게 정답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요즘같은 시대에 내가 아이들 언행 신경써준다고 딱히 누가 고마워하거나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아니 오히려 너무 지도하면 그냥 냅두라고 하는 세상인데;;


그냥 학교 안에서도 둔감하게 살까?


고민이다.


그런데 성격상 그렇게 애들한테까지 못본척하며 살고싶지 않다.


이 아이들은 바뀔 수 있고, 나를 믿고 따라와주는 애들인데 그래도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살펴봐주고 싶다.


다만 그러한 예민함이 일상 속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신경써야 하는 건 나만의 과제인 것 같다.


내게 주어진 숙제같은 것.


인생이란 ,


끊임없이 내 자신을 살피고 다듬어가는 작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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