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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리내 Jul 01. 2024

암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암 진단검사를 받는 사람들

성인 다섯 명 중 세명은 암 진단을 받는다는 국가 암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암은 더 이상 낯선 질병은 아니다. 하지만 나에게 암이 왔다 생각해 보자.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것도 남들이 많이 걸리는 암도 아니고 듣도 보도 못한 혈액암이라면? …

나라면 몇 날 며칠을 울고불고 뭔가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이 들어 병원이고 뭐고 아무것도 안 할 것 같은데 다행히 우리 환자들은 너무나도 씩씩하게 병원에 와서 몰아치는 검사들을 잘도 해내신다.

 우리 병원은 림프종 환자들에게 빠른 검사를 해 주기로 유명한데 입원 당일 오후 3종 CT 검사를 시작으로 다음날 아침 항암관 삽입, PET-CT, 골수검사를 우르르 끝내고 점심 먹고 잠깐 조직검사를 한 후 늦은 오후에 항암제 투약까지 원스톱으로 끝내는 경우도 있다.(이런 경우는 타 병원에서 먼저 시행한 검사를 바탕으로 림프종의 아형이 어느 정도 정해진 경우에 가능하다.) 그렇게 바쁘고 힘든 스케줄을 굳은 의지로 다들 잘 이겨내시는 것을 보면 그분들이 가진 삶에 대한 의지, 치유에 대한 갈망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암성 열(cancer fever)이 펄펄 나는 데도 한 가정의 가장인 젊은 아빠는 힘든 검사를 잘도 해냈다. 항암을 하루라도 빨리 하는 게 좋긴 하지만... 고열로 인해 힘든 와중에 포트삽입, PET-CT, 골수 검사를 오전 내내  묵묵히 받는 아버지라는 무게를 짊어진 김석훈씨의 노력을 마음 가득 담아 응원했다.

 대장암에 걸렸다 완치 판정을 받고 다시 림프종 진단을 받은 김숙희님은 힘든 것, 아픈 것 다 잘 참을 수 있다 하면서 치료만 잘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라며 우리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유방암 치료 이력이 있는 이순자님은 처음 림프종 진단을 위해 입원 왔을 때 우울감에 휩싸여 은둔형 외톨이처럼 침대에 웅크리고만 있었다. 하지만 끈끈한 환우애로 똘똘 뭉친 같은 병실 환자들의 격려 덕분에 이순자님은 결국 밝게 웃으면서 퇴원할 수 있었다.


 누구나 병의 진단은 슬픔과 절망의 사건일 것이다. 하지만 그 아픔을 이겨내고 치료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또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되고 삶의 의지를 불어넣어 주는 계기가 된다. 나는 아직까지는 감사하게도 큰 병을 진단받아본 적은 없다. 하지만 죽음을 향해가는 삶의 여정의 언젠가는 한 번쯤을 맞이하게 되겠지. 그때가 다가온다면 어떤 기분이 들지, 잘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 환자들에게 배운 용기와 의지를 생각하며 나도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본다.



커버이미지 by @mumu_pattern

항암치료를 받으며 고단함에 자고 있는 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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