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기평가
림프종의 진단 과정은 대략 이러하다.
1) 몸의 이상이 발견된다.
2) 림프종이 의심되니 큰 병원에 가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3) 혈액검사를 기본으로 CT, PET-CT, 골수검사, 조직검사를 진행한다.
(조직검사는 림프절이 부어있는 곳에서 진행함.)
이렇게 하여 림프종이 확진되고 세부 아형(종류)이 나오면 항암제 투약을 하게 된다.
항암제 투약은 항암관(케모포트) 삽입 후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며 이 관을 통해 림프종의 경우 기본적으로 여섯주기의 항암제 투약이 이루어진다.
항암제 세 주기를 투약하고나서는 병기평가를 하게 된다. 이 단어는 의학적인 용어임에도 우리 환자들은 일상어처럼 잘 사용한다. 이런 용어는 일반인은 몰라도 될 말인데... 이것을 잘 알아야 하는 그들의 상황때문에 종종 마음이 무거워진다.
항암제 세 주기 후 진행하는 병기평가는 CT, PET-CT로 항암제가 내 몸의 암들을 얼마나 많이 죽였는지에 관한 일종의 실적 평가이다. 여기서 확연한 호전을 보였다면 기존에 투약하던 항암제로 세 번의 항암을 더 이어 나가는 것이고, 만약 새로운 부위에 암이 생겼거나 전혀 호전이 없다면 새로운 항암제로 여섯 주기 항암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여섯 주기 항암 후 일단 암이 내 몸에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도 주기적으로 CT, PET-CT를 진행한다. 처음에는 3개월 주기, 그 다음에 6개월, 1년... 이렇게 검사 간격을 늘려가며 진행한다.
오늘은 그 병기평가에서 재발 판정을 받고 우리 병동에 김별 님이 입원왔다.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도 밝고 귀여운 모습을 잃지 않던 분이었는데 재발이 되었다니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살도 많이 빠지고 너무 수척한 얼굴로 입원 왔는데 혈관까지 다 쪼그라든 것인지 혈관 주사 잡기 위해 혈관을 찾고 또 찾아도 괜찮은 혈관을 찾기가 힘들었다. 겨우 혈관찾아 혈액검사를 진행하고 수액을 투약하고 잠시 짬을 내어 김별님과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걱정스런 마음으로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를 묻고 위로의 말을 건냈는데 김별님은 오히려 재발 후 마음을 정리해서 홀가분하다는 말로 내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재발한 상황이라 치료 여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 여정에 또 함께해 주겠노라 약속했다.
병기평가, 모든 이에게 좋은 결과만을 보여줄 수는 없겠지만 오늘은 그 놈의 병기평가가 참 야속하게 느껴졌다.
제약 관련 연구 중 항암제와 관련한 연구는 언제나 hot 하다. 좋은 연구가 지속되어 많은 이들에게 좋은 병기평가 성적을 안겨주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커버이미지 : 환자들이 검사하러 갈 때 주로 타고 가는 long car
illustrated by @mumu_patte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