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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리내 Jun 17. 2024

조직 검사, 어디까지 해봤나요?

Core needle biopsy

 림프종 치료의 시작은 몸속에 있는 림프종의 명확한 실체를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림프종은 크게 호지킨 림프종과 비호지킨 림프종으로 나뉘지만 세부 아형(종류)은 100여 가지가 넘을 정도로 다양하다고 알려져 있다. 수많은 림프종 아형을 정확하게 알아야 그에 맞는 항암제를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은 성공적인 치료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림프종 아형을 알 수 있는 간단하지만 중요한 검사는 림프종이 있는 부위의 생검(biopy)이다. 생검의 종류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조직 채취뿐만 아니라 조직을 제거해야할 목적을 겸하는 검사라면 해당 부위를 절개해서 직접 조직을 떼내서 검사하면 된다. 하지만 보통 림프종은 절제 생검보다는 덜 침습적인 검사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병동에서 가장 많이 하는 조직 검사는 Core needle biopsy 로 우리말로 번역하면 '중심부 흡인검사' 정도 될 것 같다. 이 검사는 해당 부위를 초음파로 확인하며 중심부에 바늘을 꽂아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이다. 또 다른 검사로는 중심부 흡인검사보다 조금 더 얇은 바늘로 실시하는 검사가 '세침검사'가 있다. 아무래도 더 얇은 바늘로 찌르니 덜 아플 수는 있지만 조직 채취량이 적다는 단점이 있다. 아무래도 정확한 조직 검사 결과를 얻으려면 중심부 흡인 검사가 더 유용할 수도 있다.  

 

 검사하는 부위는 주로 겨드랑이, 사타구니(서혜부), 목 등이 절대적으로 많고, 유방, 비강, 복부 쪽도 검사가 이루어진다. 흉각 안쪽이나 폐 쪽에 접해있는 조직의 경우에는 부위가 부위이니만큼 흉부외과와 협진하여 검사를 진행해야 할 만큼 위험한 조직검사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심부 흡인검사는 검사 준비가 간단하고 절개 없이 바늘로 찌르는 것이기에 통증에 대한 부담도 적고 후유증도 적은 검사라 검사를 준비하고 설명하기가 어렵지는 않다. 최근에 우리 병동에서 진행했던 가장 특이한 부위는 구강 내(buccal area)였고, 환자분도 구강 내 통증을 많이 호소하였으나 항암 후 구강 내 부종과 통증이 많이 좋아진 경우가 있어 기억에 남는다.

 


  혈액 내과 병동은 수술이나 시술이 거의 없기 때문에 케모포트(항암관) 부위의 드레싱 상태를 확인할 때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환자복을 들춰 상태를 확인해야 할 일이 많지는 않다. 그러나 골수검사, 조직검사한 부위는 꼭 시술 후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고열, 사타구니 부종과 통증으로 많이 힘들어하던 김문수님을 처음 담당하게 된 날은 바로 사타구니 중심부 흡인검사를 진행한 날이었다.

 검사를 위해 초음파실을 다녀온 김문수님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활력징후(혈압, 맥박, 호흡, 체온)를 측정하고 검사 부위의 드레싱 확인을 하겠노라고 설명을 드렸다. 갑자기 곤란한 표정을 지으시는 김문수님. 부위가 민감해서 그런가 싶어서 남자 인턴선생님을 불러서 확인을 해보는 것이 좋겠느냐 물었는데 그 제안에도 뭔가 곤란한 표정을 지으셨다.


 "김문수님, 제가 뭐 다른 것이 궁금해서 그런 게 아니라 여기 검사가 잘 되었는지 한 번은 봐야 하거든요. 그럴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혹시 잘 아물지 않거나 하면 저희가 그것에 맞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해서 그래요."


 설명을 드리니 곤란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지를 조금 내려주신다. 바지를 내리니 무서운 용이 '까꿍'하고 나타났다. 김문수님 다리에 깊게 새겨져 있던 용 문신!! 그것이 바지를 내리는 것을 주춤하게 했던 원인이었던 것이다.


"이런 건 언제 하셨어요? 너무 멋있는데요?"

"아니 젊었을 때 어쩌다가 한 건데..." 라며 수줍게 웃는 김문수님...


 얼굴은 정말 세상 좋은 사람처럼 생겼는데 너무 진지한 용이 그려져 있어서 도대체 과거에 어떤 삶을 사신 것인지 궁금해졌다. 문신 때문에 너무 부끄러워하시길래 나중에 친해지면 더 물어봐야지 하고 더 이상 묻지 않고 병실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만난 김문수님은 조직 검사 후 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고 ABVD 항암을 시작했다.  아쉽게도 항암을 하면서도 열이 많이 나고 통증도 잘 가라앉지 않아서 고생을 많이 하셨고 몇 차례 항암을 진행하신 후에는 더 이상 우리 병동에 입원 오지 않으셔서 소식을 들을 수는 없었다.

 조금 더 만났더라면 완치되는 기쁨도 같이 나누고 살아온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다른 곳에서 잘 치료받고 완쾌되셨으리라 믿어본다.


중심부 흡인검사에 사용하는 바늘들

커버이미지 by @mumu_patt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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