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아줘 눈물아

눈치 없는 눈물

by 윤슬

"여기 촌이라 마땅히 내 올 게 없네요. 이거라도 잡숴. 아이고 준호야 색시가 참하다. 다른 거 없고 그저 건강하고, 다투지 않고 서로 위하며 살면 된다."

"네 다투지 않고 건강하게 예쁘게 살게요. 할아버님 할머님도 드세요."


당뇨 합병증으로 거동이 불편하시고 인지 능력도 조금은 정상적이지 못 하신 외할머님 대신 유과와 과일을 내오신 외할아버님은 다행히 여든이 조금 넘으신 나이에도 정정해 보이셨다.


할머님이 앉아 계신 다리 위로 이불을 여며주시고, 내겐 포크로 사과를 집어 건네시는 자상하신 할아버님. 가끔 어머니께서 들여다 보고 반찬도 종종 해드린다지만 어머님도 시어른이 계신 한 집안의 며느리자 장손의 아내로서 일까지 병행하고 계시는 현실에, 한 지역에 있다손 치더라도 자주 들여다보기는 당연히 힘들었을 터였다.


팔순이 넘으신 남자 노인이 직접 밥과 반찬을 하고, 청소에 집안일에, 밭의 소일거리까지 해가며 거동이 불편한 아내를 챙긴다기엔 집안은 신기하리 만큼 정돈이 잘 되어 깔끔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깔끔하고 정갈함이 오히려 이상하게 마음 아팠다. 처음 뵈었지만 잠시 나눈 대화의 어투와 집 곳곳의 모습만으로도 이미 얼마나 바르고 곧은 신념으로 살아오셨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아이고 벌써 가려고~ 그래 늦어지면 어두워지니까 일찍이 출발해야지.. 건강하게 오손도손 잘 살아."

"감사해요. 종종 놀러 올게요. 두 분도 건강하게 잘 계세요. 할아버님, 할머님 혼자 계신데 멀리 나오지 마세요."


멀리 나오지 마시란 말에도 불구하고 할아버님은 굳이 대문 밖 차 앞까지 나와 배웅을 해주셨다. 한 손엔 내 오른손을 꼭 잡고, 다른 한 손으론 머릴 쓰다듬듯 내 손등을 정성스레 어루만져 주시곤 눈을 맞추며 인사하셨다.


일정 차 짧고 아쉬운 만남을 뒤로하고 우린 얼른 차에 올라앉았다. 어머님께선 기어코 나를 배려하셔서 뒷좌석에 착석하셨고, 나는 신랑 옆 조수석에 앉았다. 우리가 탄 차는 출발했고, 할아버님은 우리들의 형태가 사라질 때까지 대문 앞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손을 흔들어 보이셨다.


기분이 너무 이상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