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병
병마
정정하시던 할아버지께서는 연세 때문인지 치매에 걸리셨다. 그 시절 동네엔 대문이 없는 집이 많았다. 대부분 혈연관계로 이어진 일가 분들이 많던 동네라 서로 믿고 의지하는 만큼 방문도 모두 개방되어 있었다.
유난히 술을 좋아하시던 할아버지는 그쯤 남의 집에 들어가 냉장고에 든 술을 꺼내 드시곤 물을 채워두시는 행동을 반복했다. 정정하실 때 전혀 없었던 행동으로 보아 치매란 병이 만들어낸 고약한 병증이었으리라. 이 사실을 알리 없는 엄마는 동네 분들의 제보를 받고서야 처음으로 치매를 의심했다고 한다.
그 시절 우리 동네의 냉장고 안엔, 어느 집 할 것 없이 소주병에 넣어둔 참기름이 있었다. 그것이 사단이었다. 어느 날, 치매로 정상적인 판단이 힘드셨던 할아버지께선 술병에 든 참기름을 술로 착각하고 무려 한 병을 다 드셨다. 할아버지께서는 그날부터 설사를 하고 토를 하셨는데, 상태가 심각하여 입원까지 하게 되셨다. 젊은 사람들이야 회복 속도도 빨라 금방 털고 일어나지만, 팔십 중반이 넘은 연세엔 쉽지 않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셨지만 이미 망가진 몸과 체력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더 큰 문제가 생겼다. 어두운 밤, 마당에 있던 화장실을 다녀오시다 뒤로 넘어지고 만 것이다. 그 후 할아버지께서는 몇 년간 매일 누워서 생활을 하셔야 했다. 엄마는 그 사건을 시작으로 치매를 얻고 거동까지 불편하신 시아버지의 대소변을 오랫동안 받아 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