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 맞은 돈
죽음
할아버지께서는 90세 되던 해에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기 전 몇 달 동안 어머니, 아버지는 일도, 볼일도 제대로 보지 못하셨다. 할아버지께서는 당장 언제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상태가 좋지 않으셨다. 할아버지께서 많이 힘들어하실 때마다 부모님은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했고, 그렇게 몇 번의 고비를 넘길 때마다 엄마는 할아버지께 여쭤야 했다.
"아버님, 자식들 다 오라고 할까요?"
"아니다 고마 됐다. 걱정한다. 냅둬라."
마지막쯤엔 치매 증상도 심하셨기에 이렇게 대답을 똑바로 하시는 적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리만큼 정신도 맑고, 말씀도 또렷하게 하셨단다.
"애미야. 애들 다 오라고 하거라."
"아버님. 왜요? 하실 말씀 있니껴?"
"그냥 다 오라고 해라."
엄마는 전화를 돌려 아버지의 남매 분들을 다 불렀고 아버지께도 전화를 돌렸다. 아버지는 하던 일을 멈출 수 있는 게 아니시기에 하던 부분만 마무리하고 금방 오겠노라 말했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다른 자식들은 대부분 왔는데, 아버지는 아직이었다.
"애미야. 애비는 오고 있다나?"
"네. 올 거예요. 아버님 전화해서 빨리 오라고 할까요?"
"아니다. 됐다. 위험하니까 천천히 오라고 해라."
"아버님.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소."
할아버지께서는 끝내 아버지를 보지 못하고 떠나셨다.
그리고 한 발 늦게 아버지께서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