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을 실감하다

죽어있던 감각

by 윤슬
이별



열넷,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목격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런 내가 이상했다. 꼭 감각이 메말라 뿌리가 상한 나무 같았다. 마음속으론 슬픈데 몸의 기능은 아무것도 반응하지 않았다.


"할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겨우 이 정도였나? 그렇게 잘해주셨는데 너 사람 맞냐."


나는 스스로를 경멸하며 팔을 꼬집어 댔다. 꼬집어 피를 내서라도 눈물을 내고 싶었다. 스스로 너무 차갑고 비정상적인 사람 같아 나는 나 자신이 무서웠다.


어느덧 할아버지는 진짜 떠날 시간이 되셨다. 할아버지의 관을 실은 상여가 우리 집 마당을 벗어나 골목을 나서려던 찰나. 엄마가 할아버지 영정 사진을 빼앗아 안고 펑펑 울기 시작했다.


"야들아 뭐하노. 할아버지 지금 가시면 다시는 못 본데이. 어서 할아버지께 인사드리고 한 번 더 안아드려라."


늘 할아버지와 함께였던 우리 사 남매와 할아버지가 애증의 대상이 된 엄마, 그렇게 우리는 다 같이 영정사진을 끌어안고 바닥에 주저앉아 한참을 울었다.

이상했다. 그제야 눈물이 났다.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하고도, 또 내 살을 꼬집어 눈물을 내려했을 때도 한 방울도 허락하지 않던 눈물이었다. 내 눈물이 내게 알렸다. 장례를 치르는 내내 실감이 나지 않아 울지 못했다는 사실을.



그렇게 엄마의 한 마디에 죽어있던 내 모든 감각이 깨어났다.

그제야 마지막을 조금 실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