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등 위의 담뱃재

영혼의 손이 쓰다듬다

by 윤슬


보내다



이상하다. 오늘은 꿈속의 날이 너무 좋다. 어느 평화로운 봄날처럼 햇볕도 예쁘고 바람마저 예뻤다. 미로 같은 골목을 요리조리 따라가다 보니 우리 집 마당 오르막 길이 나왔다. 오르막을 조금 오르자 오른쪽에 사랑방이 보였다. 사랑방엔 평상시처럼 미닫이 문을 반쯤 열고 담배를 피시는 할아버지가 보였다. 그런데 담배는 이 시대의 담배가 아니다. 동화책에서나 본 듯한 긴 곰방대 담배였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다고요."


할아버지가 너무 반가워 가슴이 아려왔다. 나는 평소처럼 방으로 들어가 할아버지 옆에 앉으려 했다. 그 순간 할아버지가 담뱃재를 내 손등에 떨어뜨리며 역정을 내셨다.


"여길 니가 어디라고 와! 어서 안 가?"

"앗 뜨거~!"


소리를 지르며 순간 꿈에서 깨어났다. 꿈이 너무도 생생하여 내 손등이 왠지 뜨끔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상하게도 할아버지의 그 차갑던 반응에도 전혀 서운하지 않았고, 그날 밤은 다른 날과 달리 전혀 무섭거나 불안하지 않았다. 오히려 알 수 없는 안도감으로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날 이후, 서른 후반을 달리는 지금까지 할아버지께서는 단 한 번도 꿈에 오지 않으신다. 엄마는 진담 반 농담 반으로 그날 방에 들어갔다면 너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말씀하곤 하신다.



어쩌면 어린 손녀가 이별의 방법을 모르고, 몰아치는 아픔을 온전히 맞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워, 마지막으로 꿈을 빌어 영혼의 손으로 쓰다듬고 가신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