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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경 Aug 03. 2023

아기가 선사한 '반쪽' 미라클모닝

새벽의 고요함을 느끼는 것도 나름 즐겁더라고요.

여기저기 미라클모닝이 난리가 났었을 때에도, 나는 시큰둥했다. 할 엘로드의 책 '미라클모닝'을 완독하고 나서도 말이다.  


보통 미라클모닝이라고 하면 새벽 4시, 5시에 일어나 차를 마시고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 등을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책에서는 일어나는 시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언제 일어났든, 'SAVERS', 즉 침묵(Silence), 확신의 말(Affirmation), 시각화(Visualization), 운동(Exercise), 독서(Reading), 일기(Scribing)를 하면 된다고 한다. 물론 이것들을 충분히 즐기려면 새벽 네~다섯 시에 일어나는 게 맞겠지만 책의 커버에도 크게 쓰여 있듯 6가지 활동을 단 1분씩만 해서, 총 6분만 할애해도 된다고 나온다.


https://m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32466637700?cat_id=50005622&frm=MBOKMOD&query=미라클모닝+책&NaPm=ct%3Dlkurjn28%7Cci%3D66636f9f491562500e38219e4b97965218784091%7Ctr%3Dboknx%7Csn%3D95694%7Chk%3Db3d7fe8435d0f6aabc76db9d1a06a70dd0442511


그래서 굳이 힘들게 새벽에 몇 시간씩 일찍 일어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평소보다 10분 정도만 먼저 일어나면 된다고 생각했다. 혹은 언제 일어났든 하루 중에 침묵, 확신의 말, 시각화, 독서, 운동, 일기라는 행위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굳이 잠을 줄이느니, 낮에 쓸데없이 카톡 보는 시간, 쇼츠 보는 시간 등을 줄이고 책도 읽고 운동도 하고 글도 쓰고 있으니 내 삶은 '미라클모닝'이 아니라 '미라클데이' 그 자체라고 합리화했다. 이렇게 내 나름대로 미라클모닝을 합리화해 해석(?)하면서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기를 낳고 보니 강제로 진짜 미라클 '모닝'을 하게 됐다. 아기는 잠을 잘 자는 아이였다. 태어난 지 40일부터 밤에는 6시간을 내리 잤다. 100일이 조금 지난 현재 아기는 밤 9시 정도에 잠이 들고 새벽 4~5시에 한번 일어난 후, 분유를 먹고, 다시 잠들어 8시 정도에 일어나는 패턴으로 살고 있다. 보통 7~8시간 정도를 자는 것이다. 잠을 많이 자는 때는 새벽 4~5시에 일어나지 않고 아침 8시까지 내리자는 날도 있긴 했다.


육아 정보를 찾아보면 보통 아기들이 밤에 잘 수 있는 시간은 '개월수 + 3시간'이 정석이라고 한다. 1개월이라면 밤잠 4시간, 2개월이라면 5시간, 3개월이라면 6시간 정도다. 그러나 우리 아기는 이미 1개월부터 6시간을 내리 잤고 나는 굳이 깨워서 분유를 먹이지 않았다. 낮 동안 먹는 양이 적당하다고 판단했고 몸무게도 개월수에 맞춰 잘 자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기가 스스로 깬 후에만 새벽 수유를 했었다.


잘자는 아기. 고마워


이렇게 잠을 많이 자는 아기지만, 새벽 4~5시에 한번 일어나는 것은 나 같은 어른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아기가 잠에 드는 밤 9시에 함께 자면 수월하게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보통 아기가 자는 순간, 방문을 닫는 동시에 춤을 춘 후, 3~4시간 이상은 하루종일 보지 못했던 TV프로그램에 빠져버리기 일쑤다.


밤 12시~새벽 1시에 잠들어 새벽 4~5시에 일어나려니 꽤 고역이었다. 그렇다고 이미 7~8시간을 자는 아기를 원망하기도 민망한 처사다. 아기가 잘 때 자지 않은 내 탓이다. 그래도 아기는 착하게도 새벽 수유를 하고 나면 금방 잠에 드는 편이라 잠깐의 고통만 있을 뿐이었다.

   



"새벽의 고요함을 느끼는 것도 나름 즐겁더라고요."

아기를 낳기 전, 잠을 자지 못할 상황을 두려워하는 나에게 한 육아 선배가 해준 말이다. 새벽 수유를 할 때마다 이 말에 기대어 어두운 창밖을 보면서 고요함을 느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노력하다 보니, 조용한 와중에 아기가 젖병을 빠는 쭙쭙 소리만 들리는 새벽은 선배의 말처럼 나름 매력이 있었다. 생각해 보니 새벽에 아이가 분유를 먹는 10~20분 동안, 저절로 '미라클 모닝'의 침묵(Silence) 미션이 완성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를 깨운 아기는 분유를 다 먹고는 금방 잠에 들어버린다. 먹다가 자는 아기를 깨우면서 트림을 시키고 다시 눕히고 나면 어른은 바로 잠들 수가 없다. 이미 잠은 달아나 버렸다. 그때 할 수 있는 것은 거실로 나와 책을 읽거나, 침대에 누운 채 전자책을 읽는 일이었다. 책을 읽다가 쓰고 싶은 말이 떠오르면 브런치에 글 하나를 써서 올리기도 했다. '미라클 모닝'의 독서와 쓰기 미션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비록 확신의 말이나 시각화, 운동까지 완성하는 완벽한 미라클 모닝은 아니지만 6개 중 3개의 미션을 완수한, '반쪽 미라클 모닝'을 한 셈이다. 


이게 어딘가. 아침 8시에도 일어나기 벅차 헐레벌떡 출근을 하던 나였으니.


아기가 커가면서 새벽 수유를 하는 횟수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아기가 새벽에 일어나지 않으면 나 역시 겨우 반쪽인 미라클모닝도 해내지 못할 것을 안다. 아기가 선사한 반쪽 미라클모닝을 최대한 누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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