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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화
구멍난 인생
by
윤금성
Jan 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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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 시 방충망이
갑자기 사직서를 냈다
"더 이상 내 몸에 수천 개의 구멍이 뚫리는 걸 견딜 수 없습니다.
거미줄도 재택근무 하는데 저만 매일 출근이에요"
방충망의 태업에
어이가 없어진 나는
키득키득 웃다가
창틀에서 굴러떨어졌다
모기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스타트업을 차렸다
"이제 우린 문명모기! 혈액형 취향 존중, 무통 흡혈 보장
!
새벽 3시 기습 흡혈은 그만"
투자 설명회
가 된 내 방에서 모기들
의
피 튀기는 피피티
결국 나는 방충망과
연봉 협상을 해야 했다
주4일 근무에 연차 20일
휴가철엔 스페이스X 우주여행
챗GPT 이용권까지 보장해줘야 했다
그날 밤 방충망은
구멍 난 자리마다
별님 스티커를 붙였다
"follow my hole life"
팔로워 10만 명을 돌파했다
아침이 왔지만
방충망은 여전히 불만이다
내일은 아마도
정규직 전환을 요구할 것 같다
겨울이지만 모기가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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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금성
전 은행원, 국회의원 비서관.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온전한 개인들이 이루는 따뜻한 공동체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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