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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여름방학

by 김솔현

드디어~ 방학이다~~~~~ 대학생도 여름방학이라는 게 있구나! 나는 틈틈이 학기 중에서도 주말에 집에 가지 않고 서울에 사는 동기들을 따라 서울 나들이를 나섰다. 동기 집 두 곳을 따라 가서 재미있게 놀다왔다. 처음으로 시외버스 타는 법과 지하철 타는 법, 택시 잡는 법등등 일상에서 필요한 기술을 배웠다. 다들 놀라워했다. 어떻게 기초 중에 기초인 걸 모르냐고. 내가 그만큼 학교-집 밖에 몰랐고 어딜 가도 부모님과 꼭 붙어 다녔기 때문이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부모님은 물가에 내 놓은 아이마냥 챙기는 게 많다. 연세는 자꾸 드시는 데 아직도 불안하다며 챙기시면 한 쪽 마음은 짠하다.


각설하고 여름방학이 되면서 자취방을 2달 가까이 비어둬야 했다. 그냥 자취방에서 방학을 보내도 되지만 부모님이 허락을 하지 않았다. 월세가 아니고 전세라서 빈 상태로 월세 내는 것보다 낫긴 했다. 그래서 원주 집에 내려가서 뭐했냐...... 한 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서울을 뻔질나게 드나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방학 전에 다 같이 동기들끼리 모이자고 한 게 있어서 방학 후 둘째주 목요일에 서울로 올라갔다. 남녀 학생들이 다 오겠다고 했다가 여학생 몇이 갑자기 당일 빠지겠다고 문자를 주었다. 나는 이미 몸을 실어 서울로 향하고 있을 땐데. 서울 강변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려 강변역에서 혜화역까지 가서 동기들을 만났다.

그러나 이게 뭔 일인가!! 만난 동기들이 다 남자고 여자는 나 하나 뿐이다. 그리고 다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나와서 어딜 가야 할지 몰라 서성였다. 주도하는 동기가 없었다. 아니 7명의 남학생들 중에 데리고 다니는 사람이 없냐....... 어떻게 모였대? 다른 여학생들은 입을 맞췄는 지 다 중간에 빠져서 달랑 여학생은 나뿐이라 민망했다. 그렇게 계획없이 8명이서 돌아다녔다.

그러나 나는 신천지였다. 넓직한 인도와 큰 대로변을 보며 서울이 얼마나 큰지 알았고 서울에 산다면서 혜화역 주변을 모른다며 걷기만 해서 약간은 짜증이 났다. 또 여름이고 습도는 그나마 낮아서 불쾌지수는 높지 않았다.

"얘들아, 누구 주도적으로 모임 하자고 한 사람 여기 없어?"

"응. 여잔 데, 지가 하자고 해 놓고 지가 오지 않았어."

"난 여기 서울 사람이 아니라서 모르고, 너흰 여기 사람인데 더 서성이고 모르는 눈치냐....."

"아니, 맨날 우리 동네만 가는 지하철과 마을 버스를 탔지 이렇게 나온 적은 오랜만이라...."

"너무 하다."

대화가 좀 그랬다. 그래서 내가 나서야 하나 싶었지만 워낙 나도 서울 애들이 알아서 하겠거니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온게 잘 못은 잘 못인건가? 그래도 철판요리 먹고, 카페에서 음료까지 마시니 배가 불렀다. 무작정 걷다가 제법 큰 오락실이 보였다.

"우리, 여기서 놀다가자."

"잘 되었다! 딱이다."

다들 신나서 오락실로 입장을 했으나..... 신난 사람은 나 뿐이였다. 7명의 인문대 남학생이라서 그런가? 게임에 금방 흥미를 잃어 버렸다. 반면에 난 총싸움 게임에 심취해서 하나의 게임기 붙잡고 떠날 줄 몰랐다.

"수현아, 잘 하네..... 하나 게임 갖고 오래 있는 건 너뿐일 거다. 게임 원래 잘해? "

"아니, 오늘 처음 해봐."

"뭐? 처음?? 노련한 데?"

"응, 노련까지 모르겠고 그냥 막하는 데 잘 되네? 가려고? 알았어. 총 내려놔야겠군."7며여

7명의 남학생 중 1명과 대화 후 나는 아직 남아 있는 생명이 있어도 그냥 총구를 내려 놓았다. 나머지는 벌써 나가서 내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아, 얘네 할 줄 아는 게 뭘까? 오로지 먹기만?

나와서 어찌저찌해서 오후 4시가 되었다.

"얘들아, 나 이제 가볼게. 오후 4시네. 어물쩡 대다가 금방 지나갔다."

이렇게 인사를 하고 나는 원주로 향하는 버스가 있는 강변역으로 처음 나홀로 지하철을 타고 갔다.

바로 지하철에서 내려 시외버스정류장을 가는 데 워낙 버스정류장 건물이 낡아서 참 을씨년 시러웠다.

'여기가 맞나.....'

나는 몇 번이고 지하철 노선표를 확인을 하고 주변 지나가는 사람에게도 물어서 제대로 왔음을 확인했다.

표를 끊고 시간이 남아 기다리다 버스를 타고 원주로 향했다.


며칠 뒤.... 동아리에서 문자가 왔다.

[오늘 밤 오픈채팅을 할 터이니 채팅하러 여기로 접속 바람.]

문자를 보고 나는 채팅을 한다는 거에 약간 긴장했다. 대학에 와서 채팅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대학을 입학하기 전에 컴퓨터도 몰랐던 내가 대학에서 컴퓨터를 배워야 한다는 말에, 컴퓨터 학원다니면서 채팅을 배운 후 재미가 사그라 질 정도로 열심히 한 후에 손 놨다. 하지 않다가 동아리에서 채팅을 하자니 긴장이 되었다. 기분 좋은 긴장이였다.

엄마가 집안일 좀 돕고 옷 사러 나갔다가 약속시간 오후 7시 쯤에 저녁을 먹고 컴퓨터 있는 방 의자에 앉았다.

드디어 채팅사이트에 접속을 했다. 이미 공개채팅방에 입장해서 수다를 떠는 선배들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수현이예요.]

[안녕? 나 수철이야. 반말해~동기 같은 데.....]

[안녕하세요. ]

[나는 정철이라고 해. 안녕~ 다 왔나?]

[응, 아직 다 오지 않았어. 있는 사람끼리 수다 떨자. ]

[야잇... 어떤 의미의 수다방이냐~ 사람들이 많이 입장을 못하겠는 걸?]


이렇게 오픈채팅방의 채팅이 시작되었다. 이날 20명의 동아리 회원들이 모여서 수다를 떨었다.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어서 흥분이 되었다. 채팅이 좀 정신이 없었지만 <비밀대화>라는 기능을 이용해서 이야기 하고 픈 회원과 말을 할 수 있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컴퓨터에 관심이 아주 없던 건 아니라서 이렇게 배워가는 것도 좋았다. 무엇보다 <애니월드> 동아리는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많이 다뤘다. 그런데 지금 20여년이 지나 생각해 보니 내가 많이 소외가 되었던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열심히 동아리에 참석을 했는 데도 어떻게 돌아가는 지 좀 몰랐던 거 같다. 축제기간에 애니메이션을 틀어주는 데 기계조작이나 관리를 하지 않았다. 그냥 얼굴이나 들이밀고 가라는 말만 듣고 그랬다. 어쩌면 초창기때부터 서서히 소외 되어 간 것일 수도 있다.

채팅은 다음날 새벽 6시에나 끝났다. 중간에 끊는 습관이 난 없어서 2-3명만 남을 때까지 남아 다 같이 채팅방을 나서고 나서야 밤 샌걸 알았다. 아, 내가 밤을 새다니. 밤을 샐 수 없는 몸이건만! 거기에 다음 날에도 동기들 끼리 다시한 번 채팅을 했다. 2박3일을 밤을 새서 3일째에 넉다운이 되었다. 피곤해서 구내염도 생기고 난리였다.

며칠 뒤, 엄마가 한 번 서울에 가 보고 싶다고 하셔서 엄마를 모시고 단 둘이 갓 서울을 알아가는 처지에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지하철표를 손에 쥐고 어디 들릴 건지 계획도 나름대로 짜서였다.

옛 2000년대 지하철은 스크린 도어와 잘 정비 되지 못해서 지하철을 잘못 타기가 일쑤였다. 하행선을 타야 하는 데 상행선을 탔다는 가하는 헷갈려 했다. 노선표 보는 법과 지하철 안내문도 동기들 쫓아다니는 데 바빠 잘 몰랐는 데 역시 부딪혀 봐야 안다고 둘을 비교해서 찾아 나섰다. 종점역을 표시한 걸 잘 찾아보면 되더라.

그래서 잠실 롯데백화점을 잘 다녀왔다. 달랑 강변역에서 3정거장 밖에 안되는 데 가기가 어찌나 힘든지! 돌아올때는 잘 찾아서 돌아왔다.

나는 대학생활 중에서 계절학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펑크난 학점을 학기중에 다 메꿨다. 그게 참 힘들긴 했지.

그리고 성적표.... 역시, 논다 생각하니 놀았네. 내가 이때 교양과목을 참 우습게 생각했다. 전에 밝힌 그 자퇴한 중국학과 남자선배 덕인지 간이 커졌다. 1학년생이 남들 교양 들을 때 난 전공과목을 들어 학점을 못 받았다. 열심히 논것도 있고 대학공부에 맞는 나만의 스타일의 공부법을 발전을 못 시킨 것도 있다.

부모님에게 비밀비밀..... C학점을 맞았다. 놀려 한 거니 이래도 된다고 합리화 시켰다.

다음 학기의 준비를 하며 1학년 1학기의 생활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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