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벌써 2학년 1학기가 지나갔다. 어찌나 빨리 지나가버리는 건가! 난 소문에 의해 잘 알지도 못하는 남학생과 사귀는 척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이 놈이 남들 다 있는 데서 내가 먼저 찼는 데 지가 찬 거 마냥 망신을 줘서 내가 남은 학기 6월 한 달 내내 울고 다녔다. 수업시간에도 울어서 맨 뒷좌석에 앉아서 훌쩍였다. 당연히 수업 출석만 했지 공부는 못했다. 은지가 안쓰러웠는지 다가와서 위로를 해 주었다. 내 사정을 이야기 해주니 별거 아닌 일로 운다고 한다. 아니, 나 생전 처음으로 많은 사람 앞에서 망신을 당했단 말이야~ 흑흑크으으윽
망신 당한 적도, 혼난 적도 많지 않았던 나는 자존심에 그대로 스크레치가 나서 정말 정신없었다. 그래서 받은 학점은 정말 말로 표현을 못하겠다. 나중에 다 메꾸지만 그래도 학점이 엉망이였다.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공부에 매진하기로 했다.
목표는 그 어렵다는 “대학 졸업! 학사학위 받기!!”였다.
너무 단순하나? 누구나 대학졸업하는 거 아니냐고? 막상 살아가 보니 대학졸업해서 학사 학위 받은 자가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고. 다 대학까지 갔다가 중퇴를 한 사람이 많았다. 한 번 휴학했다 학교로 못 돌아가고, 가정경제가 좋지 않아서 못 하고 다양한 이유가 있엇다. 대부분 경제적 이유가 크다. 나도 지금 돌아보면 자칫 대학졸업장을 못 받을 뻔했다. 언제나 부모님은 ‘돈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셨다. 그래서 대학을 제때 졸업하지 못하면 안된다고 하셨다. 자신들은 대학졸업장이 없어 좀 한이 맺힌 걸 나를 통해 풀고 싶어하는 모습이셨다. 그렇다. 내 가족 중에 유일하게 대학 졸업을 했다. 졸업 하고 나서 대견해 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에 가슴이 뭉쿨했고 내 결정이 잘한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2학년 2학기 때 목표를 세우고 앞으로 공부를 어떻게 할 것인가 대책부터 세웠다. 이 때 자취집을 지금 돌아가시고 안계시는 외할머니 집에서 하게 되었다. 학교와 정 반대에 위치한 곳인데 걸어서 왕복 1시간 30분을 걸어다녔다. 내가 다니느 대학교까지 가는 버스가 없었고 따로 하는 운동 하지 않고 걸어다니는 것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외할머니 집에서 다니면서 생긴 에피소드는 뒤로 미루고..... 나는 걸상에 전공서적과 교양과목을 찬찬히 훑고 졸업학점에 대해 알아 온 것을 펼쳤다.
‘아, 타과전공, 교양과목, 전공과목 다 합쳐서 4년 총 140학점이상을 받아야 한다. 근데 난 러시아어를 전혀 못하고 전과(전공학과 변경제도) 점수는 안되고, 전과는 2학년 2학기에 시작해야 하는 거네? 큰일. 러시아어를 어떻게 해. 흠... 그러면 전공을 반반 나눌 방법밖에 없다는 건데. 어디 보자. 복수전공은 전적 평점이 B 이상이라고? 아, 이거 노릴 만한데. 전공반, 복수전공 반하면.... 좀 힘들겠지만-내 인생에 남들보다 쉽게 살아온 적이 있던가?-해 보자. 러시아학과 하나 전공하면 중퇴니까 중퇴를 생각하는 바에 이게 낫겠다.’
나는 이렇게 전략을 세웠다.
외할머니 댁으로 이사를 하고 나서 나는 공부에만 매진했다. 일부러 러시아학 전공은 어학을 피하고 문화/경제/사회 쪽으로 수업을 들었다. 교양과목과 타과전공을 적절히 섞어서. 대부분 타과전공도 3-4학년때 듣는다는데 난 이미 1-2학년 때 다 들었다. 좀 더 젊을 때 고생하고 3-4학년 때 널널하게 평점 사냥을 하자는 1학년 때 전략이였다. 그러나 내가 러시아학과로 배정 받으면서 애초의 전략은 달라져야 했다.
수업은 재미가 있었다.
이 때부터 난 혼자 다녔다. 공부에 매진해야 하니까. 나의 인생이 걸린 일생일대의 일이기 이기도 하다. 대학 중퇴하면 최종학력이 고졸이 되고 또 고교생 때 세운 전략과도 틀어진다. 최종학력이 대학으로 수석으로 졸업하면 평생 대학 수석졸업자로 남는다고. 그래서 내신은 글렀고-어차피 어딜 가나 1등부터 꼴찌까지 줄 세운다.-수능에 목숨 걸었던 거다. 또 고졸이 되면 내신을 보는 데 나는 내신이 전교 3년 꼴찌라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이기도 했다. 즉, 발등에 불 떨어진 거다.
지금은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부모님과 주변인들이 그런다. 고졸 성적으로 말하지 않고 대졸 성적으로 평생 말한다. 나는 또 목표를 이루는 사람답게 인문대학 전체 수석은 아니더라도 여학생 중에 수석을 했고 졸업 나이 23세. 제일 어렸다. 수석, 차석이 남자고 복학생이였다. 군대 다녀와도 또 휴학했다 돌아와서 놀 동기가 없으니 공부만 해서 그리된 거다. 더불어 내가 순해 보이는 이면에 대단한 의지력과 강단이 숨어 있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나중에 취업하고 일을 시작할 때 최선을 다하니 숨은 능력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난 대학에서 전공이 맘에 들지 않았지만 학사학위가 탐나서 졸업하기로 했다.
2학년 2학기에 이런 수강과목으로 충분히 평점 B는 넘길 수 있을 거라 예상했다. 그래서 찾았다. 복수전공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그 때 때마침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수현아, 러시아학과 대신에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는 게 어때? 이게 전망이 좋대.”
엄마의 권유였다. 전공을 바꿀 수 없으니 복수전공으로 하기로 한다. 이때 경영학과와 심리학과를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 좀 망설여 지는 게 ‘수학’같은 수업이 있다는 점이였다. 나는 수학을 절대 못했기에 ‘수학’같은 과목이 없는 학과를 어딘지 고민하던 찰나였다.
이 때 나이 21세에 사회복지학과가 있다는 걸 몰랐다. 엄마의 권유가 아니였음 개망했을지도 모를 일이였다. 사회복지학과의 전공 과목을 알아보니 아, 내가 피해야 할 ‘수학’같은 과목이 전혀 없다. 좋아. 복수전공으로 이거로 하자. 그러면 난 이번 학기에 B학점이상을 받는 거야!! 사회복지학을 복수전공해야 내가 대학을 졸업할 길이 튼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2학년 2학기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