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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뭇잎 Oct 22. 2023

epilogue

2023년 뜨거운 여름, 수만 명의 교사가 아스팔트 바닥에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선생님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며 아동복지법 개정을 요구했다. 18년의 세월 동안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에서 가르치고 만났던 학생과 학부모, 동료 교사의 얼굴이 떠오른다. 내가 학교라는 현장을 떠나지 않은 건, 내 의지와 선택이 아니라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사실이 씁쓸했다. 


그렇지만,  변함없는 사실은 좋았던 시간을 너머 가슴 벅차 오른 시간이 많았다는 점이다. 바로, 아이의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을 때. 이빨을 드러내며 큰 소리로 웃을 때였다. 많은 교사가 아이들의 웃는 짧은 순간에도 한 뼘 자라는 성장을 느끼고,  또 다른 배움의 동력을 주고 싶은 마음에 최선을 다한다. 이런 선한 마음과 순수한 열정이 오해를 사고, 의도와는 다른 해석을 낳아 학부모와 학생의 질타를 받게 된다면, 교사는 얼마나 더 머무를 수 있을까? 또, '나는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교사로 살게 해 준 아이들과 부모님, 현장에 대해 기록을 남겨본다. 부끄럽게도 특수교사인 나조차 인식하지 못한 기울어진 공정성의 세상과 편협한 시야에 대한 이야기도 고백했다. 마지막으로는 "특수교사니까 이 정도는 참아야지." 하고 넘긴 부분도 조심스럽게 썼다.  그 지점을 터놓고 해야 더 나은 현장이 될 것이며 아이들도 행복한 학교에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새로운 꿈을 꾼다. 꼭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꿈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이제 다른 방식으로 살아보고 싶다. 나를 잃지 않으면서 꿈꾸는 아이들의 곁에 머무르는 일이 분명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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