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했다. 일하다 스트레스를 받는 날이면 집에 혼자 있는 법이 없었다. 퇴근하고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목을 축이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웃고 떠드는 것, 그것들이 나에게 위로를 주었다.
내가 J를 처음 만난 건 성당에서 활동할 때였다. 당시 나는 태릉성당에 다니고 있었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서 성당에서 봉사하는 것이 즐거웠다. 하느님이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성당을 다니게 된 계기는 첫 여름 캠프를 참가하게 되면서였다. 그리고 성가대를 택했다. 처음 성당 성가대에 들어가서는 노래를 못하는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단원들의 응원으로 첫 발걸음을 겨우 뗐다. 성가대 지휘자에게 발성을 배워 조금씩 나아지자, 음치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조금씩 생겼다.
성당에서 봉사를 시작하며 미사를 드리다 보니 처음에 대충 배우고 세례를 받아서 그런지 미사 전례를 제대로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주님이 존재하는지도 궁금했다. 그 당시 나는 대학생이었고 학교에서 친구와 갈등을 겪고 있었다. 어느 날 빈 성당에 들어가 십자가를 바라보며 기도했다.
‘주님, 저를 도와주세요. 학교에서 A와 더 이상 싸우지 않게 도와주세요.’
나의 첫 기도는 단순했다. 그런데 주님께서 내 기도에 응답한 것인지 놀랍게도 그 뒤로는 A와 다투는 일이 없었다. 그때부터 나는 주님의 존재를 믿기 시작했다. 늘 나와 함께해 주시는 것 같았고 힘들 때마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성당에서는 늘 청년이 부족했다. 소수의 인원이었기에 성가대 단원들과도 더 친밀해질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단체장은 한 번 이상 해야 하는 게 기본이었다. 뭣도 모르는 내가 성가대에 들어가서 6개월 만에 부단장이 되었다. 그렇게 부단장을 시작으로 성가대 단장, 본당 회장, 노원구 회장까지 하게 되었다. 나는 노원구 성당 모임에서 J를 만났다. 그는 나보다도 더 오랫동안 성당 활동을 해온 청년이었다. 그는 나와 동갑이었고 평범했다. 앞머리는 쉼표 모양에 말수가 적은 남자였다. 당시 나는 J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냥 동갑내기 친구 정도로 생각했다.
J와 가까워지게 된 계기는 따로 있었다. 노원구 안에 있는 성당은 각 본당 대표가 모여서 연 1회 공동체 미사를 한다. 그래서 본당 청년회장들은 매달 만나서 회의한다. 자신들의 본당 활동 현황에 관해 보고한다. J는 내가 미사를 준비할 때 옆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심지어 노원구 청년 대표 신부님이 J가 다니는 성당 소속이었다. 지도 신부님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던지라 J의 도움이 절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