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후유증 극복기
바디 프로필 후유증에 대하여
오래 만난 연인과의 가슴 아픈 이별로 인해 나는 한동안 출근하면서 울고, 퇴근하면서도 울고,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있었다. 그 와중에 코로나19로 사회적으로 단절되면서 집에만 있는 시간이 늘었다. 나는 이별의 후유증으로 그가 생각날 때면 울었다. 은둔 생활을 하며 일만 하면서 버티고 있던 나 자신이 한순간 한심하게 느껴졌다. 집에서 누워 있는 날들이 많다 보니 늘어난 체중 증가로 운동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러나 나는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 중 하나였기에 운동의 ‘운’ 자도 몰랐으며 나아가 바디 프로필이란 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주변에 몸을 만들어서 사진을 찍은 언니가 있었는데도 그 당시에 그 언니를 보면 그냥 대단하다, 나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랬던 내가 인생 첫 바디 프로필을 찍었다. 운동을 모르던 내가, 나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몸만들기를 했다는 말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모델 한혜진도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건 몸매라고 했는데 그 말이 정답이었다.
무언가 나 자신을 혹사하면서 정신을 분산시킬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 운동을 하는 게 좋겠어’라고 생각만 하고 실행으로 옮기지는 못하고 있는데 엄마가 나에게 운동비를 지원해 주겠다고 했다. 이별의 후유증으로 힘들어하는 딸에게 자신감을 주고 싶으셨던 걸까. 그녀는 결의에 가득 찬 표정으로 제안했다.
“국화야, 헬스장 PT 끊어 줄게. 대신 조건이 있어.”
“뭔데요?”
“네가 바디 프로필을 찍는다는 조건이야. 못 찍을 시 내가 너에게 투자한 돈은 나에게 다시 갚아야 해.”
나는 이 말을 듣고 오기가 생겼던 거 같다. 부모님의 지원이 있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고 오히려 나에게 있어서 정신을 다른 데로 돌릴 최적의 조건이었다. 그리고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현재 나는 남들이 다 겪었다는 바디 프로필 후유증을 경험 중이다.
바디 프로필 이후 먹는 족족 몸이 스펀지처럼 흡수하여 2주 만에 몸무게가 8kg가 늘었고, 바디 프로필을 준비하기 전으로 돌아갔다. 바디 프로필을 찍기 전만 해도 뱃살이 튀어나와도 개의치 않았고 식욕도 많지 않았는데 촬영 이후 눈이 뒤집혀서 그동안 먹고 싶었던 음식들을 먹느라고 배가 불러도 먹고, 소화가 되지 않아 소화제까지 먹으면서도 먹는 것에 정신이 팔렸다.
지인들이 바디 프로필을 찍겠다고 하면 찍고 난 이후가 중요하다고 말해 주고 싶다. 요즘 들어 느끼는 건 식욕 조절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 앞으로 나는 운동을 계속하면서, 몸무게가 더 늘지 않도록 유지하면서 양 조절을 잘하는 것, 그것이 나에게 닥친 숙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