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국화 Sep 06. 2023

런지로 바프 찍은 사람

나는 다이어트를 하면서 서러웠다. 운동은 힘들게 하는데 진전은 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트레이너가 바뀌고 나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지만, 맨몸으로 하는 운동은 하기가 힘들었고 하고자 하는 마음과 달리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기구를 이용한 운동은 무게를 올려도 어느 정도는 감당했다. 그러나 스쿼트처럼 힙힌지(Hip hinge, 고관절을 접고 펴는 동작)를 사용하는 운동은 어렵게 다가왔다. 다이어트를 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고 가는 길이 험했다. 몸이 완성되어 있어야 할 시간에 운동을 배우고 있으니, 어깨가 무거웠다.
헬스장에는 스쿼트, 벤치 프레스, 데드 리프트 등 3대 운동이 있다. ‘스쿼트’는 하체 운동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운동으로 등 하부, 엉덩이, 허벅지 전체, 종아리 부위의 근육을 협응 적으로 훈련함으로써 에너지 소모가 가장 많은 대표적인 하체 운동이다. ‘벤치 프레’스는 대흉근의 상부 근육 발달을 목적으로 하는 운동이다. 가슴 운동의 대명사라고도 할 수 있다. 자세 각도에 따라 위가슴, 중간, 아래 가슴의 근육을 발달시킬 수 있다. 마지막 ‘데드 리프트’는 둔근, 대퇴 후면 근육 등 전신 근육 발달에 큰 영향을 끼치며 신체의 힘을 기를 수 있고 몸통을 둘러싸고 있는 근육들의 전반적인 근력을 향상하는 운동이다.
나는 이 3대 운동을 아예 할 줄 몰랐다. 고관절 근육을 쓸 줄을 몰라서 수업 시간 내내 힙힌지를 접는 연습만 한 적도 있다. 스쿼트 자세만 잘 나와도 무게를 더 칠 수 있고 스텝 밀(step mil, 계단을 오르는 기구)을 타는 것보다 에너지 소모가 커서 다이어트가 더 잘 된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수업을 따라가지 못했다. 운동이 되지 않는 나 자신에 실망했고 마음이 자꾸 무너졌다. J와 이별로 힘든 감정을 이겨내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었다. 덕분에 이제 그는 생각나지 않았고 운동을 해내야 한다는 비중이 커졌다. 어떻게 보면 이별의 시련을 극복하는 데 성공했지만 다이어트라는 큰 산을 만났다. 나에게 다이어트는 산을 오르는 것과 같았다. 산을 오를 때마다 바위가 나타났고 오를 수 없을까 봐 겁이 났다. 바위를 넘고 나면 또 다른 바위가 나타나고 오르면 오를수록 힘이 더 들었다. 하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정상을 향해 올라가면 이보다 더 뿌듯할 수 있을까 싶다. 나는 산을 오르는 과정 중이고 직립보행으로 오르기 어려워 네 발을 다 사용해서 어떻게서든 했다
 
진혁 샘은 마음이 급했고 나 또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스쿼트에 실패하고 운동을 다른 방식으로 변경했다. 그때 시작한 게 ‘런지’였다. 하체 운동이 에너지 소모가 크고 효과가 더 좋기 때문에 런지로 고강도 운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런지 동작도 실패했다. 런지는 서 있는 자세에서 다리 한쪽은 90도로 구부리고 다른 한쪽은 뒤로 뻗어서 힘을 빼야 한다. 그런데 나는 뒷발에 힘을 잔뜩 주고 있었다. 거듭되는 자세 실패에 운동하는 게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앞발에 힘을 줘서 무릎에 무리를 주거나,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여러모로 자세가 총체적 난국이었다. 런지 동작이 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스스로도 답답함이 들었다. 중심을 잡지 못할까 봐 뒷발에 힘이 들어갔다. 고관절과 허벅지 운동이지만 힘들다는 이유로 몸이 편한 대로 하고자 했다
런지는 하체 근력운동 중 하나이며, 대퇴사두근, 대둔근, 허벅지 뒤 근육, 하체의 주요 근육군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인 운동이다. 하체에 힘은 제일 좋았으나 운동을 소화하지 못했다. 몸과 생각이 따로 놀았고 자세가 안 나와서 한숨만 깊어져 갔다.

‘나는 왜 운동을 못하는 걸까?’

이 생각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진혁 샘은 직접 시범을 보여가며 열정을 다해 설명했다. 나는 눈으로 여러 번 보고도 그 간단한 동작을 따라 하지 못하니까 거듭되는 실패에 속이 타들어 갔다.
남들은 3대 운동으로 다이어트에 성공하는데 나는 런지 동작도 겨우 해제는 수준이었기에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겪었다.
운동이 되지 않아서 우울하던 날들이 많았고 ‘내가 왜 바디 프로필을 찍는다고 했을까?’라는 마음이 자꾸 들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고 운동을 하고 집에 와서 서러워 울기도 했다. 스쿼트를 무게 치고 10개 하면 될 일을 운동수행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서 런지로 50개 이상을 해야 했다.  그럼에도 런지도 계속 실패했다. 나는 남들처럼 운동을 잘하지 못하고 겁도 많은 사람이지만 독종이다. 끝까지 놓지 않았고 계속 연습했다. 런지 자세가 제대로 나오기까지 오래 걸렸다. 진혁 샘은 나보고 뒷다리에 힘주지 말고, 상체를 너무 앞으로 숙이지 말라며 고집 좀 그만 부리라고 매일 말했다.

“샘, 제가 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에요”
“런지 자세, 원래 힘든 게 맞아. 안 힘들게 하려고 고집부리는 거야. 네 몸이.”

진혁 샘은 제발 말 좀 들으라고 연거푸 이야기하더니 한숨을 쉬었다. 나도 잘하고 싶었다. 몸이 잘 안 따라주는 게 스스로도 답답했다. 정신을 차리고 런지 동작을 다시 했다. 진혁 샘은 앞발에 너무 힘이 많이 들어간다고 힘 좀 빼라고 거듭 말했다.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진혁 샘은 나를 위해 강하게 훈련을 시켰고 시간이 부족한 상황인 것을 알기에 군말 없이 따랐다.
바디 프로필을 찍고 진혁 샘이 내게 말했다.

“국화야, 어떻게 보면 네가 참 독한 거야. 런지로 바디 프로필을 찍은 사람은 없어”

이렇게 나의 다이어트는 런지 하나로 이루어졌다. 누구는 나를 보며 한 가지만 판다고 독하다고 하는 사람도 많았다. 다이어트는 워낙에 방법이 다양하다, 그렇지만 내가 잘할 수 있는 ‘한 가지’만으로도 좋은 성과를 이뤄낼 수 있다. 우리 몸은 운동을 싫어하기 때문에 편한 것만 찾는다고 한다. 나의 런지도 스스로가 힘들다는 이유로 옳지 못한 자세를 지속했다. 몸은 계속 고집을 부렸다. 눈물 나는 노력 끝에 나는 100% 만족스럽지 못했어도 생애 처음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나는 J와 연애할 때 좋았던 한 가지는 스스로 발전시키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 자기 자신의 단점을 잘 알고 객관화가 잘 되어있어 노력하는 모습들이 본받을 만한 점이라고 여겼다. 그는 자신이 게으르다고 생각해 매일 새벽에 일어나 운동을 했다. 아침 운동을 하고 회사로 출근하는 것이 그의 루틴이 되었다. 그런 그를 보며 의지 하나만으로도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너 때문에 운동을 시작했다 중에서 >

- 출간예정

이전 04화 이별의 후유증 극복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