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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gela Aug 09. 2022

Via Negroli 2, Milano

마커스의 애니에스카, 불꽃같은 만남, 그리고 폰시의 로맨스 시작?

다음 날, 강의를 마치고 돌아와 셋이 거실에 모여 있었다. 


“후!”


가방을 방에 집어던지고 소파에 앉는데, 마커스가 이런저런 질문들을 하기 시작했다.


“지호, 성병이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지? 여자한테 있는 게 나한테도 옮을 수 있는 거지? 여자는 보통 스스로 성병이 있는 걸 알고 있어?”


등등. 심각한 표정에 당황해 아는 한에 있어 하나하나 대답해주었다. 


“근데 왜? 무슨 일이야? 무슨 일 있었어?”


“그게…”


마커스가 우물쭈물했다.


“괜찮아 말해봐.”


“사실 그날 밤, 애니에스카랑 키스만 한 게 아니었어…”


“에? 그럼? 한 거야? 어디서??”


나도 모르게 소파에서 펄쩍 일어났다.


“화장실에서, 세탁기에서.”


“에? 오 하느님. 웩.”


안심하며 소파에 다시 앉았다. 


“오호~ 하하하.”


폰시가 옆에서 키득거렸다.


“근데 마커스, 너 콘돔 안 낀 거야?”


“그럴 시간도 없었고 정신도 없었고… 근데 하다가 정신이 들어서 끝까지 하지는 않았어.”


“흠….”


“근데 지호, 끝까지 안 했는데도 임신이 될 수도 있는 거야?”


정말 초조해 보였다.


“그럴 일은 거의 없다지만, 간혹, 간혹 가다 있을 수도 있다고는 들었어. 나도 전문가는 아니라. 근데 여자애는? 괜찮아?”


“안 그래도 불안해서 물어봤는데, 따로 피임약을 먹지는 않는다고 하더라고. 주기도 잘 모르고. 아… 어쩌지. 지호 정말 어쩌지?”


“음. 정말 정말 걱정되면 응급약을 먹으면 되기는 하는데, 글쎄. 여자 몸에 안 좋으니까 나도 선뜻 뭐라고 말은 못 하겠어…”


마커스가 이마를 부여잡았다. 손에 비해 얼굴이 작은 건지, 손이 정말 큰 건지, 아마 둘 다 였던 것 같지만, 그 모습에 새삼 놀랐다.


“만약에 내가 성병이 옮아서, 내 여자 친구한테도 옮기면, 그러면 어쩌지. 아, 여자 친구한테 그럴 수는 없어.”


“근데 또 모르지, 여자 친구가 가지고 있었을 지도.”


“아니야. 걔는 없어, 확실해.”


“음…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병원 가는 것 밖에는 없는데… 근데 돈이 꽤 나오지 않을까?”


“난 지금 거지인데? 오.. 어쩌지 정말. 하.”


병원 이야기가 나오자 싱글벙글 웃던 폰시도 진지해졌다.


이 날의 대화는 이 정도에서 마무리되었다. 우리는 일찍 파했다. 



다음 날, 어제와 같이 폰시와 나는 소파에 퍼질러 있었다.


“그래서 마커스는 어떻게 됐어?”


“하하. 마커스랑 같이 병원 다녀왔어.”


때마침 마커스가 귀가했다. 표정이 한결 풀려있었다.


“마커스! 일은 잘 풀렸어? 괜찮아?”


“병 같은 건 없다네. 괜찮아. 휴.”


마커스는 씁쓸한 웃음 지었다.


“여자애는?”
 
 “아. 불안해서 그냥 약 먹었어. 그래서 괜찮을 거야.”


“여자애 괜찮아? 그거 먹으면 힘들 텐데, 잘해줘.”


“응응. 잘 얘기했어. 걔도 남자 친구가 있더라고.”


동물의 왕국이었다.


“다행이네 그래도.”


그날, 우리는 평소로 돌아와 와인을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마커스는 병원 진료 비용을 내기 위해 고민 끝에 아버지께 전화해 상황 설명을 했다고 한다. 잘난 체하던 마커스가 쭈뼛거리며 근엄하신 교사 아버님께 이야기했다고 들으니,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돈을 얻어 폰시와 다녀왔다니, 폰시도 우리 덕에 이런저런 경험들을 하는 중이었다. 생각해보면 폰시가 가장 현란하고 정신없게 놀 것 같은 친구였지만 정작 문제아들은 나와 마커스였다. 폰시는 그런 우리의 상황 수습에 항상 함께하느라 바빴다. 그래도 매번 별거 아니라는 듯 웃으며 곁을 지켜준 덕에 무사히 지나갈 수 있던 것 같다.


그렇게 마커스와 그의 ‘아름다운 여인’ 애니에스카와의 불꽃은 꺼져버렸다.


반면, 이번에는 폰시가 새로운 불꽃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 대상은 바로, 마리아.


블라드의 절친, 폴란드 교환학생 마리아였다. 


알고 보니 블라드네에서의 저녁 파티 이후로 마리아가 폰시에게 호감을 가져 연락해 왔던 것이다. 폰시는 슬쩍 이야기를 꺼냈고 마커스와 나는 초롱초롱해진 눈빛으로 폰시를 쳐다보았다. 


아직 따로 만나서 데이트를 하지는 않았지만 마리아는 깨나 저돌적이었다. 꿈에 폰시가 나왔다느니, 침대에 누워있다느니, 남녀불문 시그널로 보이는 듯한 유혹의 메시지를 보냈다. 폰시도 마다하지 않았고 관심이 있어 보였다. 


“후! (Phew!) 걔 정말 핫한데? 확실하네.”


마커스는 언제 그랬냐는 듯 마리아의 메시지에 빠져 있었다.


“예상치도 못했어! 오~ 폰시~ 잘해봐!”


나도 마커스도 로맨스를 실패한 상황에서 폰시라도 한 건 해보길 하는 마음이었다.


“음, 근데 나는 진지하게 만날 생각은 없어. 그냥 일단은 연락 주고받는 정도야.”


흥분한 나와 마커스와는 달리 폰시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어차피 교환학생이라 오래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은 여자 친구 만들 생각 없어.”


단호해서 별 말을 하지 못하고 대화 주제가 변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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