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경록 Mar 23. 2024

왠지 기분 처지는 날의 살아내는 레시피

아무 이유 없이 기분 쌔한 날이 있다.


아무 이유 없이 기분 쌔한 날이 있다.


요즘 꽃샘추위로 일교차가 크고 어제는 비까지 내려 날씨가 요상했다.

어떤 날은 이유 없이 몸이 추욱 쳐질 때가 있다. 어제가 그런 날이었다.

이런 날은 되도록 사람들도 만나지 말고 어쩔 수 없이 말과 감정 표현을 아껴야 한다. 무조건 좋은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별일 아닌 것도 예민하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에 괜히 상대방에 대한 오해가 쌓일 수 있다. 그렇게 감정을 부정적으로 소모한다는 것은 결국 내게 큰 손해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날은 최대한 머리를 안 쓰고, 단순 반복작업을 하는 것이 최고이다. 참으로 다행인 것은 이날 미팅도 일정도 약속도 없었다는 것이다.

일단 청소, 집 정리가 최고이다. 머릿속 너저분하게 널려있는 레고 조각들을 모아서 하나하나 이어 붙이는 느낌.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로 무엇인가를 창조한다는 것은 참 멋지고 아름다운 일인 것 같아.


<캡틴락컴퍼니 작업공간 청소 정리 >

집안일이 넘 좋아.



깨끗이 집이 정리되면 내 머릿속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당일은 잘 모를 수 있겠지만, 숙면을 하고 다음날 새로운 기분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맛난 것도 먹고 말이야. 커피도 내려 마시고, 음악도 듣고, 베이스도 딩가딩가 쳐 보고, 노는 게 제일 좋아.

같은 악기 연주라고 해도 일적인 느낌으로 연주하는 것과 좋아하는 취미로 접근하며 연주하는 느낌은 확실히 다르다. 기초 연습부터 둥둥 거리며 시간을 보내니 이거 꽤나 신선놀음 같다고 느껴졌다. 알고 보니 연주의 대가들은 시간을 참 아름답게 플렉스 했구나! 하고 느꼈다. 결국 재미있어야 오래 할 수 있다. 연습이라는 것도 '꼭 성공할 거야.'라는 마음으로 하는 것보다, '이거 좀 재미있네, 이 연주는 참 아름답구나!'하고 연주하는 것이 확실히 덜 지치게 하는 것 같다. 사람들에게도 그런 느낌이 전달되어 감동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암튼 요즘 들어 지금까지 음악을 업으로 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하다고 느낀다.

무대에 설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감사하고, 운동도 챙겨야 하고, 식단도 비교적 건강식으로 먹고, 가끔씩 금주 놀이도 하고, 얼굴에 슈렉팩도 하고 ㅋㅋ, 반신요크도 하고, 노래도 만들고 그런다. 이게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재미있어서 하는 것이다. 밥벌이이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음악 하는 후배님들 보면 그렇게 좋아 보인다. 누가 잘나가고 못 나가고 잘하고 못하고 할 것 없이, '얼마나 아름다운 추억들이 쌓여갈까?' 생각하니 우연히 마주치면 맥주 한 잔이라도 사주고 싶고 국밥이라도 한 그릇 사주고 싶다.


어쨌든 어제 하루는 잘 버텨냈어.

그거 알아? 아무리 그지 같은 하루였더라도, 아무리 안타깝고 후회되고 이불킥 하는 하루였더라도

지금 살아있다면 우리는 승리한 거야! 죽음에 반항한 것이라고. 무거운 자기만의 중력을 딛고 일어서고 있다고.

설령 지금 일어날 수 없는 처지더라도, 우리의 마음은 햇빛을 향하는 식물처럼 삶을 향해 몸부림치고 있다고.

그거면 됐어. 우린 잘하고 있다고.

우린 살아내고 있어.

누구한테 의지할 필요도 확인받을 필요도 증명할 필요도 없어. 비교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야.


우리 모두 소중한 오늘을 살아가자.

그거 알아?


우리는 신이 연주하는 음표들일지도 몰라.

시간이 그걸 말해주고 있어.

작가의 이전글 분신사바 형광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