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없는여자 Jan 20. 2024

결혼은 했지만 아이는 없습니다.

10년, 아이를 만나고 싶었습니다.

어머! 정말 동안이세요. 저보다 한 살 언니시더라고요.


아... 그런가요?...


그럼, 아이는 몇살이에요?


....


아이는 몇명이에요? 아직 어린가요?


,,,,



못 들은척 할까? 대답하지 말까?

아.아. 아. (침을 뺄때마다 속으로 외쳤다)


xxxx


그녀는 목부터 허리까지 꽂혀있는 침을 빼며 계속 내게 질문을 한다. 내가 답이 없으니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진다.


침을 다 뽑고 나는 자세를 바꿔 자리에 앉았다. 그녀에 눈을 보며 말한다.

저 아이 없어요.


잠드신줄 알았어요. 아! 제 친척 누구누구도 아이가 없어요. 딩크족 뭐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전 딩크족은 아니에요.

나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한다.


아.. 제가 괜한걸 물었어요. 실례했어요.

뭐.. 아니에요.. 나도 목소리가 작아진다. 괜찮다고 말하기는 싫었다. 그렇다고 눈에 힘주며 니가 나를 불편하게 했어 그러니 사과해! 말하기도 싫었다.


온 몸이 쭈굴어 들고 눈초점이 흔들리며 금방이라도 울것처럼 바들바들 떨던때도 있었다.

그러면 여기저기서 주변의 이야기를 꺼내놓다.


나이 50에 아이를 낳은 지인이야기,

호르몬수치 0이었지만 결국엔 아이를 낳았다는 이야기,

어디가서 점보고 흰닭을 먹고 아이를 낳았다는 이야기,

그러니 포기하지 말아라.  분명 아이를 낳을 수 있을거라고 말한다.

그러면 나는 그동안의 나의 마음고생한 생각이 떠올라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러겠노라고 말했다.


새로운 사람들 만나는게 싫었고, 자기소개하는게 싫었다.

가족모임이 싫었고, 돌잔치에가는게 정말 싫었다.

누군가 임신소식에 밤새 울기도 했고,

한방, 양방, 심리, adula, 에너지치료, 레이키, 만트라, 요가, 섭생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봤다.


남편과 끝도없는 싸움을 해 왔다.

서로가 서로를 찔러대는 말을 참 많이 했다.

나를 가장 힘들게 한 말이 있었다.

 

아이가 없다면 너와 이혼이야.


나에게서 남편이 사라진다면 나는 흑백세상에 살아갈 것만 같았다. 너무나 무서웠다. 그렇게는 절대 살고 싶지 않다. 그래서 더 아프고 아픈 말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질문한 상대에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두 눈을 맞추고 말한다.

나는 아이 없어요.


하지만 여전히 힘들다.

이런 말을 들은날은 참으로 흔들린다.

맥주를 한잔 해야하고, 결국 울어버려야만한다.

10년이 흘러왔지만 힘들고 아프다.


아이없는 여자.

이렇게 마침표를 찍어 문장을 마무리하는게 참 아프다.


타버린 마음 아이없는여자(C)



아이를 갖고 싶어 무언가를 하면 할 수록,

그림을 그렸고, 글을 썼다.

그리고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게되었다.


그리고 알게되었다.

이번생은 나의 아이는 없다는 사실을!


솔직히 아직도 다 받아들지는 않았다.

참 많이 망설였다. 오늘 그녀가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이제 때가 돼었구나. 결혼은 했지만 아이가 없는 나의 이야기를 풀어낼 때가.


작가의 이전글 아이 없는 여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